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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태 더불어민주당 정세분석실장이 20대 총선 공천작업의 막후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은 친노 그룹을 비판해왔던 김 실장이 강기정·정청래·이해찬 의원 등 친노그룹 컷오프를 주도하며 '김종인표' 공천의 큰 그림을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5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봉주 전 의원은 각각 팟캐스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청래 의원 컷오프에는 김헌태 실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이런 판단을 하도록 데이터와 근거를 제공한 측근 인사들의 간교함에 더 치가 떨린다"며 김 실장을 지목했다. 김 실장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을 역임하는 등 여론조사 전문가로 꼽힌다.
김 실장의 막후설이 제기되는 것은 그가 정세분석실장과 당 공천심사위원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대표가 정세 분석을 위해 영입한 김 실장이 당 공천심사위원까지 맡게 되면서 김종인 대표의 의중을 당 공천 과정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당 대표 측근이 공천심사위원을 맡는다는 것부터가 불공정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여론조사 전문가인 김 실장이 데이터를 들고 와 공천심사 과정에서 발언한다면 공천관리위원들이 수긍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김 실장이 경성고등학교 동문인 김기식 의원의 공천을 위해 여러 지역구에 여론조사를 돌리며 '사천' 논란을 일으킨 사례도 김 실장의 막후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비례대표인 김기식 의원은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실장은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을, 서영교 의원의 지역구인 중랑갑, 유승희 의원의 지역구인 성북갑 등에 김기식 의원을 대입해 여론조사를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김종인 대표와도 친분이 깊다. 김 실장의 부친은 5공화국에서 청와대 사정수석과 법제처장을 역임한 고(故) 김종건씨로 부친과 김종인 대표의 친분이 깊다. /박형윤기자 man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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