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모는 이렇게 한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껄끄러운 사이다. 바로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시마네현 때문이다. 시마네현의 현 소재지는 이즈모에서 떨어진 마쓰에지만 이즈모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이즈모 하면 시마네현, ‘다케시마(독도를 일본에서 부르는 이름)의 날’ 행사 등으로 연관된다. 지난 2월 22일 ‘다케시마의 날’에는 정부에서 차관급 인사가 참여했다. 말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행사로 별 상관하지 않는다면서 실제로는 일본 정부가 적극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어떤 행사를 하는 데 한국에서 꼭 반응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이런 시마네현을 한국이, 적어도 한국인 관광객이 먹여 살리고 있다면 이는 재고해봐야 할 문제다. 일본정부관광국(JNT0)에 따르면 지난해 시마네현에서 숙박한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일수 321만일 가운데 한국인이 16%나 됐다. 국적별로는 대만인(24%)에 이어 2위다. 모래사구로 유명한 이웃 돗토리현의 외국인 숙박일수 294만일 가운데 49%가 한국인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시마네현의 최대 고객도 한국인인 셈이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400만명으로 전년 대비 45.3%가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한국에 온 일본인 관광객이 183만명으로 19.4%나 줄어든 것과 비교된다. 일본 인구가 한국의 2.5배에 달하는 것에 대비하면 불균형은 더 큰 무게로 다가온다. 게다가 한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일본에서 여행경비로 총 3,008억엔을 소비했고 이는 전년대비 43.9%가 늘어난 것이다. 반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은 한국 관광에서 4,336억원(신용카드 지출 기준)을 써 전년 대비 25.1%나 줄어들었다.
한일 관광수지는 점점 한국에 불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여행사들은 여전히 일본 관광상품 판매에 사활을 건다. 다른 지역보다 이익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최근 쏟아지는 일본 벚꽃여행 상품이 대표적이다. ‘내가 내 돈을 쓴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 ‘너나 잘해라’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자가 최근 만난 일본 여행업계 인사들의 만면에 띈 웃음이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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