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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세컨더리 보이콧

글로벌 자산순위로 2,000위 훨씬 밖인 마카오의 소형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BDA)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2005년 9월이다. 미국 정부는 이 은행이 북한의 마약, 위조달러, 테러 지원 등 불법 자금세탁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며 수십개 계좌에 있는 북한자금 2,500만달러(약 302억원)를 동결시켰다. 북한은 이에 대항해 6자회담을 교착상태에 빠뜨리며 2006년 10월에는 급기야 첫 핵실험까지 강행하는 등 긴장국면을 조성해가며 강하게 반발한다.

하지만 BDA 제재는 북한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갔다. 김정일 일가의 자금이 직접 묶인 효과도 있었지만 우방인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금융기관이 미 재무부에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찍히지 않기 위해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결국 2007년 2월 BDA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북핵 포기와 대북보상을 약속한 2·13합의 형식으로 무릎을 꿇게 된다. 당시 제재의 고통이 얼마나 컸던지 한 북한 외교관은 미국 측 상대에게 "당신들이 마침내 우리를 아프게 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미국 정부는 이후 2010년 핵 문제에 대한 이란 제재에서 이를 발전시켜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정책을 완성한다. 미국 입장에서 문제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은행이나 기업 모두를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 직접제재인 BDA 방식에서 거둔 부수적 효과를 아예 명문화한 것이다. 사실상 다른 국가의 제재 동참을 촉구· 압박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도 당시 이란과의 수출입·금융거래 등 모든 경제관계를 중단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6일 대북제재 행정명령에 사인했다. 이번 조치는 광물거래와 사이버안보, 검열, 수출 투자에 대한 포괄적 금지 조항까지 포함된 강화된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미 재무부도 이 행정명령에 근거해 노동당 선전선동부까지 새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조치와 관련해 "북한 정부와 노동당의 자산과 이익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조치와 이번 세컨더리 보이콧이 실질적 압박이 돼 북한이 이란처럼 핵을 포기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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