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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제로 쾌적해진 장외발매소… 경마 없는 날엔 지역문화센터로
렛츠런파크, ICT와 접목시켜 즐길거리 풍성 '놀라운지' 선봬
레이팅 제도 도입 박진감 높여 佛등에 400억 중계수출 계약도
건물 안은 사람과 담배 연기로 가득하고 건물 주변 여기저기에는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화상 경마장'으로 불리던 한국마사회 장외 발매소의 과거 풍경이다. 도심에 자리한 욕망의 비상구는 경마 한번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는 주범이 됐다.
화상 경마장의 탈바꿈은 최근 전체 24개 공기업 중 고객만족도 조사 1위를 차지한 한국마사회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명칭부터 '렛츠런 문화공감센터'로 바꿔 과거와의 절연을 선언했다. 입석을 폐지하고 1인 1좌석을 원칙으로 하는 좌석 정원제를 운영한다. 입장인원 제한으로 매출감소가 불가피했지만 쾌적함을 선택했다. 또 경마일(금·토·일)을 제외한 날에는 지역 친화 공간으로 활용된다. 전국 30곳의 렛츠런 문화공감센터에서는 벨리댄스와 탁구·요가 등 트렌드를 반영한 총 700여 문화강좌와 영유아, 방과 후 강좌가 진행되고 이를 이용하는 주민은 연간 연인원 8만여명에 달한다.
화상 경마장의 변신은 '경마상품'의 품질 혁신에서 비롯됐다. 경마상품은 경마와 경주마 자체는 물론 베팅 공간의 환경, 지역 주민에 대한 배려를 포함한 개념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바탕이 됐다.
경마상품의 핵심인 경마의 품질에도 혁신을 추구했다. 경쟁력 부족과 경직된 경주 시스템 등으로 경마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에서 출발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레이팅 제도(경주마 능력을 수치화한 것)를 도입해 국제화를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국산마·외산마 통합경주 실시, 국산마의 해외경주 출전 확대, 외국인 마주 모집 등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이다. 레이팅 제도 시행 첫해인 지난해 상위권의 격차가 단축돼 경주의 박진감이 높아졌다. 수준이 향상되면서 한국 경마는 경마시행국의 수준을 나타내는 등급에서 파트Ⅱ 승격을 바라보게 됐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프랑스 등에 경마중계 수출 계약을 맺어 지난해 약 400억원의 해외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경마의 심장인 과천·부산경남·제주 경마공원은 가족과 휴식·즐거움이 있는 말 레저·테마파크로 조성된다. 공사가 진행 중인 렛츠런파크 서울은 승마·마차, 말 공연 등 흥미로운 말 콘텐츠를 발굴해 온 국민에게 즐거움과 휴식을 주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게 기본 계획이다. 가상현실 체험 콘텐츠 등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와도 접목, 4D 승마기구 등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공간인 '놀라운지'를 지난 1월 선보였다. 경마 참여에도 스마트 기술을 도입해 스마트폰으로 입장부터 좌석예매·경마정보·베팅 등 대부분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했다.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은 "혁신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바꿀 게 너무도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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