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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심야 최고위… 유승민 거취 또 결론 못내

친박 "표결하자"에 김 대표 거부

송파을·분당갑 등 5곳도 계속 보류

회의 보이콧에 공관위 이틀째 중단

긴 하루●눈감은 김무성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심야회의까지 열어가며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의 거취를 결정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후보자 등록마감일을 1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까지 유 의원 지역구에 대한 공천심사를 못하고 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18일 심야에 재개된 최고위에서는 유 의원 공천 여부 등을 표결 처리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유승민만 남았다"며 "표결로 결론을 내자"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발언 도중 "지금 장난하는 거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유 의원 공천 여부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김무성 대표가 표결처리에 완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결국 서청원 최고위원은 오후10시40분께 "일이 있다"며 먼저 자리를 떴고 이 최고위원과 원유철 원내대표, 김태호 최고위원 등이 차례로 회의장을 나왔다. 사실상 유 의원의 거취에 대한 결론이 불발로 그치는 순간이었다.

김 대표가 보류한 8개 지역 공천안에 대해 격론을 벌였지만 마지막까지 유 의원 지역구와 송파을·분당갑·대구동갑·대구달성·은평을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송파을은 진박인 유영하 예비후보가, 분당갑은 유승민계인 이종훈 의원이 탈락하고 진박인 권혁세 전 금감원장이 공천을 받은 곳이다. 대구동갑은 유승민계인 류성걸 의원이 탈락하고 진박인 정종섭 전 안행부 장관이 공천을 받아 김 대표가 보류한 곳이다. 대구달성은 현역 의원 불출마로 진박인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이 단수 공천됐고 은평을은 친이계 맏형인 이재오 의원이 공천 배제된 곳이다.

김 최고위원은 "대구 동갑 등 5곳의 공천안이 아직 보류된 상태로 남아 있다"며 "김 대표의 거부로 표결에 부쳐지지 않아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회의가 끝났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표결방식으로라도 공천안을 추인하자는 입장이지만 최고위 멤버 구성비율을 따져보면 친박이 압도적이라 표결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김 대표가 이에 완강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도 "오늘 또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니 표결이라도 하자고 했지만 김 대표가 거부했다"고 전했다.

선거가 26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 공천심사도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이어서 새누리당의 전체 선거전략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날 공관위 회의가 이틀째 파행을 겪으며 열리지 않은데다 최고위마저 '심야회의 개최 예고-취소-다시 개최' 등 종일 혼선을 거듭했다. 공관위 회의를 열고 공천자를 결정해 최고위에서 추인해야 하지만 두 핵심 회의가 진통을 겪으면서 남아 있는 37개 지역에 대한 공천작업도 중단됐다.

공관위는 지난 16일 김 대표가 공천심사안 의결 보류 기자회견을 연 것을 사과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에서 김 대표의 입장표명이 없자 일부 공관위원들이 "어제와 상황 변화가 없는데 회의에 참석하기는 어렵다"며 불참한 게 화근이 됐다. 김 대표는 끝까지 "사과할 수 없다"고 버텼다.



김 대표는 공관위 회의 개최를 전제로 이날 오후9시 심야 최고위를 열려던 계획도 전격 취소했다. 그러자 일부 친박계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참석하지 않더라도 간담회 형식의 최고위 회의를 소집하겠다며 반발했다. 결국 김 대표가 다시 회의 소집을 지시하면서 이날 최고위는 소집과 취소를 반복하는 혼선을 겪었다.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에서는 유승민 의원의 거취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최고위 회의장 밖으로 "유승민 문제는 더 이상 끌고 가면 안 된다(김 대표)" "기본적으로 공천은 공관위에서 하는 게 맞다(원유철 원내대표)" 는 등의 발언이 새어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당의 혼란을 잘 아는 유 의원이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유 의원의 거취를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 위원장은 "지금 나로서는 (유 의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유 의원이 초선도 아니고 지금 걱정스러운 당 상황을 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총선을 눈앞에 두고 유 의원의 거취를 놓고 당 지도부가 쪼개지는 위급한 상황인데 유 의원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출마 등을 포함해 스스로 거취를 내려야 한다는 취지다. 이 위원장은 "유 의원 본인이 (결단)하는 게 가장 좋지만 최고위에서라도 멋지게 방법을 찾아내도 좋고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우리가 결론을 내야 한다"며 "유 의원이 일찍 결론을 내려주면 우리도 빨리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유 의원의 거취 결정을 놓고) 본인이나 국민의 피로도가 쌓여가고 있다"고 거들었다.

자신의 거취를 놓고 새누리당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지만 유 의원은 칩거 사흘째인 이날도 여전히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한 측근은 "유 의원이 대구 모처에 머무는 것으로 안다"며 "공천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듯하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최고위에서는 이인기 전 의원을 경선에서 꺾은 이완영(경북 고령군 성주군 칠곡군) 의원에 대한 공천안은 추인됐다.

/김홍길·나윤석기자 wh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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