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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총선 비례대표 1번으로 박경미(사진)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를 지목해 당 정체성 논란이 번지고 있다. 박 교수는 박근혜 정부 첫 대학구조개혁위원을 지낸 인물로 '여권 인사'로 분류되던 인물이다. 상징성이 큰 비례대표 1번에 박 교수를 앉히면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대한 지지층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그만큼 여성인재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도 된다.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 출신인 박 교수는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대학구조조정 공청회에 참석해 "부실 대학 재산을 설립자에게 돌려주는 구조개혁법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더민주의 당론과 배치되는 법이다. 새누리당은 문을 닫는 대학의 잔여재산을 설립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더민주는 "부실운영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반대해왔다. 박 교수가 원내에 진입한다면 관련 상임위원회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 당 동료 의원들과의 충돌도 불가피하다.
박 교수의 '도덕성' 시비도 더민주에 부담이다. 박 교수는 지난 2004년 11월 발간된 한국수학교육학회지에 논문을 기고하면서 제자의 석사학위논문을 거의 그대로 실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그는 비례대표 순번을 확정받기 전 김 대표에게 이 같은 사실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성수 당 대변인은 "그 문제는 해소된 문제라는 설명이 있어서 김 대표가 그래도 선정했다"면서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면 순위가 변경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다시 소집돼 논의하고 있어 박 교수가 비례대표 후보에서 제외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자신의 원칙을 밀어붙이는 김 대표의 특성상 박 교수가 비례대표 1번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
박 교수는 '수학비타민'과 '수학콘서트' 등 수학 관련 저자로 유명하다. 더민주 관계자는 "총선에서 학부형들의 민심을 무시할 수 없다"며 "김종인 대표도 이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킹맘'을 잡겠다는 김 대표의 전략적 판단이라고 하지만 박 교수가 논란에 휘말려 '취지'가 퇴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민주는 그간 비례대표 1번에 소수자 보호나 진보정당의 상징성을 담은 인물을 배치해왔다. 19대 총선 때는 고(故)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인 전순옥 의원이 비례 1번에 배정됐다.
/박형윤기자 man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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