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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하나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사람들은 11억원의 상금보다 인간과 인공지능(AI)의 대결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더욱이 4대1로 알파고가 승리함으로써 구글은 우승 상금의 수십 배에 달하는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 언론에서는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부터 '우리나라의 AI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등에 초점을 맞춰 특집들을 쏟아내고 있다.
AI에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만은 아니다. 약 20년 전 컴퓨터가 대중화되면서부터 AI·퍼지·신경회로망(neural network) 등 다양한 용어와 신기술들이 유행했다. 퍼지 이론을 도입한 세탁기·냉장고 등이 출현하고 곧 가전제품이 인간의 많은 부분을 대신할 것 같이 난리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순간 이런 용어들이 자취를 감췄다. 외국 영화에서 로봇이 지배하는 시대를 가끔 다룰 뿐이다.
AI를 구현하려면 다양한 이론과 기술들이 필요하다. 실생활에 적용할 만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려면 지속적인 연구와 실험을 거쳐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의 AI 관련 분야 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소프트웨어(SW) 산업에 대한 경시 풍조와 투자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SW 제품은 생산기계를 사용해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산업이 아니다. 인간이 직접 두뇌를 활용해 제작해야 하는 것으로 창조적인 업무 분위기나 유연한 조직 체계가 우선 돼야 한다. 잦은 야근과 상명하복식 문화가 팽배한 우리나라 직장에서는 제대로 된 SW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쉽지 않다. 최근 젊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업무 환경이 바뀌고 있다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AI는 휴머노이드로 불리는 인간형 로봇의 가장 핵심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중요성은 매우 크다. 지금 시점에 우리가 SW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리고 기업 문화를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결국 인공팔과 인공다리·인공심장을 제어하는 것은 AI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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