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요깃거리로 사랑받았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다. 과거엔 주로 호떡, 붕어빵, 어묵, 떡볶이 등의 간식이 길거리 음식의 대명사였다면, 요즘엔 동서양을 막론하고 족발·스테이크·짜장면 등 한끼 음식들이 많아 ‘움직이는 레스토랑’이라는 별칭까지 나왔다. 특히 길거리 노점상이 즐비한 명동·홍대·이태원 등지가 외국인을 위한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미식을 즐기는 관광 명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1. 길거리 음식의 탄생
길거리 음식업은 노점상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길가의 한 곳에 물건을 벌여 놓고 장사하는 곳을 노점상(露店商)이라고 일컫는다. 이들은 지정된 건물 내에서 임대료, 세금 등을 부담하지 않고 소규모 자본으로 경영하는 소상인 집단이다. 이러한 노점상은 조선 시대 마을 장터를 중심으로 저소득층인 천민, 상민들의 경제 활동 근거지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6.25전쟁을 겪으면서 피난민이 생존을 이어가는 절대적인 수단으로 노점상이 성행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노점상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미군 부대 물품이 대거 유입되면서 전문적인 물품이나 음식을 취급하는 노점상들이 속속 생겨났고 현재의 청계천 상가나 이태원, 종로 일대로 확산됐다는 게 정설이다. 이후 노점상은 먹거리 중심으로 활성화되면서 한국의 거리 식문화의 한 갈래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 서울시에서 조사한 2015년 노점상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시에 있는 노점상은 총 8,038개이며, 2011년 9,117개에 비해 약 1% 정도 감소했지만 여전히 많은 편이다.
주요 품목별 현황을 살펴보면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상이 3,198개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2. 길거리 음식의 진화
우리 생활 속에 녹아있는 길거리 음식 문화, 간단한 간식부터 한 끼 식사까지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대부분 테이크 아웃, 정크푸드, 패스트 푸드와 관련이 있는데 주로 이동이 가능한 가판대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저렴한 가격에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1960년대 이전 찐빵ㆍ호떡류가 전부=길거리 음식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찐빵이나 호빵이 전부였다. 특히 찐빵은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로 전해진 후 1960년대 전후까지 대표적인 길거리음식이 됐다. 길거리에서 불티나게 팔리다 보니 한 식품업체가 찐빵의 한 종류인 호빵을 1971년 가정용으로 대량 생산하기도 했다. 또한 오랑캐 호(胡)와 우리말 떡이 합쳐진 호떡은 중국에서 전해진 음식이며, 우리나라에는 임오군란 이후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 ‘김떡순(김밥, 떡볶이, 순대)’ 분식류 등장=길거리 음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다. 특히 길거리음식의 주 재료인 밀가루나 기름, 설탕이 보급되면서 현재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김떡순’과 붕어빵, 오뎅 등의 분식류가 이 시기에 전면에 등장했다. 김에 밥과 각종 야채를 넣어 둥글게 만 김밥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1960~1970년대다.
▲1990년대 후반 길거리 음식의 글로벌화= 1990년 이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어학연수, 해외여행을 가는 인구가 늘자 해외 각지에서 인기를 끄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들이 국내에 들어왔다. 이태원, 홍대 입구 등지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케밥, 추로스, 벨기에식 와플 등이 길거리에 등장한다. 이같은 다양성을 배경으로 길거리음식이 시내 주요 관광 특구를 중심으로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3.서울시 길거리 음식 대동여지도
서울시를 대표하는 길거리 음식 명소 ‘톱3’로는 명동·종로·동대문이 꼽힌다. 이 가운데 길거리 음식의 메카로 불리는 명동은 글로벌 관광 특구라는 이름에 걸맞게 꽃게 튀김, 잡채, 삼겹살 김치말이 등의 한식뿐만 아니라 한입 스테이크, 타코야키, 바나나 튀김 등 세계 각국의 음식들이 한데 모인 거대한 ‘푸드코트’라 할 수 있다.
명동 입구부터 유네스코길, 중앙 거리부터 4호선 명동역까지 늘어선 노점상들은 대개 평일엔 오후 4시, 주말에는 오후 2시 이후 영업한다. 또한 명동 거리 가게의 음식 가격대는 최소 1,000원부터 최대 1만원 선이며 대부분 현금 구매라 신용카드 사용에 제약을 받는다. 최근 들어 길게 늘어선 줄이 유독 눈에 띄는 가리비구이 거리 가게. 이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은 “메뉴의 차별화를 두기 위해 가리비 치즈 구이를 생각했는데, 한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귀띔했다. 유독 한국인에게 인기가 높다는 꽃게 튀김 가게 상인은 “소비자들의 트렌드와 입맛에 따라 주기적으로 음식 메뉴를 개발하고 바꾸고 있다”며 “외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한국인 소비자들도 고려해서 메뉴를 정한다”고 덧붙였다. 갓 튀겨진 꽃게 튀김을 받아든 대학생 김선희(22)씨는 “최근 명동에 길거리 맛집이 생겼다고 해서 왔는데 정말 다양해졌다”며 “마치 움직이는 맛집 탐방처럼 맛있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명동 노점상 옆 모퉁이에 삼삼오오 모여서 문어꼬치, 잡채, 김치전을 나눠 먹고 있는 미국인 관광객들은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조금 기다렸지만 길거리 음식이 유명한 명동에서 각종 음식체험을 해보니 새로운 경험”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4. 움직이는 푸드코트, 관건은 안전한 먹거리
세계인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는 한국의 길거리 음식문화. 갈수록 음식의 종류는 다양해지고 글로벌 입맛에 따라 진화 중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위생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서울시에서 조사한 2015 길거리 음식 위생관리 지도 점검 결과에 따르면, 거리가게 1,018곳의 판매 음식을 조사한 결과 33곳이 조리기구 등 위생관리 위반으로 행정지도 조치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길거리 음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다소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한국지역진흥재단에서 조사한 ‘노점상 정비를 위한 실태조사분석(2011)’ 보고서에 따르면 길거리 음식의 안전성에 대해 ‘판매장소에 따라 다르다’는 의견이 50%였고, 전체의 37.1%는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소비자 시민 모임이 실시한 길거리 음식의 안전성에 대해 부정적 인식 요인 조사 결과 ‘비위생적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전체의 56.1%를 차지했다. 이어 ‘통행 제한(26.8%)’, ‘거리 미관 저해(14.6%)’라는 의견도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식품 안전전문가인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길거리의 열악한 환경에서 파는 음식이다 보니 위생안전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식품 위생과 관련해 제대로 된 단속이나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판매자의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길거리 음식 문화를 관광 상품적 가치로 높이기 위해서 식품 안전성과 위생확보가 우선돼야 하며 지자체의 위생적 관리에 대한 지속적인 행정지도와 교육, 제도적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3월 한국관광공사가 실시한 ‘외국인이 선호하는 체험관광 50선’ 투표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하고 싶은 체험 활동 1위로 ‘길거리 음식’ 체험이 선정됐다. 이처럼 한국인에게 뗄래야 뗄 수 없는 식생활일 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에겐 한국을 즐기는 또 하나의 문화 체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길거리 음식 ‘메뉴’의 다양성 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안전성’까지 갖춘다면 더욱 풍성한 한국만의 즐길 거리가 되지 않을까.
/정가람기자 garam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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