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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가 다음달부터 시작된다. 현 정부 들어 이어져 온 연 7∼8%대의 인상률이 유지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올해는 상여금·식대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시켜야 하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조만간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고 위원회는 4월7일 1차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3개월간 협상에 들어간다. 위원회는 노동계 9명, 경영계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되는데 노동계(이병균·백영길·김진숙)와 경영계(조봉현·최승재)는 각각 2∼3명의 위원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는 인상률과 함께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고정상여금·숙박비·식대 등은 최저임금 산정 때 제외되는데 지난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30년 가까이 변화가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고용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방안' 용역을 발주했고 결과가 다음달 나올 예정이다. 최저임금이 처음 제정됐을 때 통상임금과 같은 개념으로 만들었는데 대법원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장된 상황에서 최저임금 범위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대기업에서도 최저임금보다 많은 임금을 지급하고도 최저임금법을 어기게 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월 기본급 110만원에 수당까지 포함해 200만원을 받는 근로자도 최저임금법으로는 위반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저임금 위반 건수(근로감독 기준)는 2014년 694건에서 지난해에는 919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6,030원, 월급으로는 주 40시간 기준(주당 유급주휴 8시간 포함)으로 126만270원이다. 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상여금과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주요 선진국보다 지극히 최소 부분만 정의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특유의 복잡한 임금체계로 최저임금 계산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산입범위 조정은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만으로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숙식비 등을 포함하면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이 낮아져 노동계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통상임금 조정 때와 같이 상여금 등을 넣는 대신 인상률을 대폭 높이는 식의 절충안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대만 놓고 봐도 하루 일당의 5% 이상을 차지하는데 최저임금에 포함할 경우 서민들에게는 영향력이 크다"며 "최저임금을 더 올리는 기조에서는 정부 입장도 쉽지 않을 것이어서 격렬한 논쟁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인상률도 관심이다. 이번 정부는 임금인상을 통한 내수진작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3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4년 7.2% △2015년 7.1% △2016년 8.1%로 이전 정부에 비해 높다. 하지만 논의 시작 전부터 노동계는 '1만원', 경영계는 '동결'을 내세울 정도로 격차가 커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상승을 통한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며 "4·13 총선 과정에서 최저임금 인상 폭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총의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면 연쇄적 임금상승과 한계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게 돼 결국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지금(200만명)보다 더 많아질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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