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사와 관제사 같은 전문직종도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반해 예술가와 변호사 등 사회적 지능이나 감성이 필요한 직업은 대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단순 반복이나 저숙련 직업은 소멸할 수 있어 전문성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4일 우리나라 주요 직업 406개 중 AI와 로봇기술을 활용한 자동화로 직무가 대체될 확률이 높은 직업을 분석·발표했다.
직무가 대체될 위험이 가장 큰 직업으로는 콘크리트공, 정육·도축원, 청원경찰 등이다.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단순 반복적이고 정교함이 떨어지는 동작을 하거나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은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청원경찰의 경우 보안장비 발전에 따른 보안 시스템의 혁신으로 사람이 하는 일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눈에 띄는 점은 통상 전문직으로 분류되는 손해사정인(40위), 일반의사(55위), 관제사(79위)가 AI에 의한 직무 대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직종으로 분류됐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인지적 업무도 AI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손해사정인은 AI가 수리적 계산에서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점에서 직무 대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AI는 병 진단과 약 처방 등에서 일반의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간단한 수술을 할 수 있는 로봇이 계속 개발되고 있는 점도 일반의사에게 위협적이다.
반대로 전문의사의 경우 직무 대체 확률이 338위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매우 깊이 있는 지식과 임상 경험, 정교한 수술 실력 등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청소년과 학부모의 관심이 높은 연예인·스포츠매니저(313위), 판검사(306위), 변호사(279위) 등도 직무 대체 확률이 낮았다.
대학 교수(21위)와 초등학교 교사(26위)도 대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기본적인 정보전달 기능은 로봇이나 온라인 프로그램의 활용도가 높아지더라도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전문지식을 만드는 역할, 아이들의 인성을 길러주는 과정의 중요성 등이 각각 요구되기 때문이다.
대체 확률이 낮은 직업 1∼5위는 화가·조각가, 사진작가·사진사, 작가 및 관련 전문가, 지휘·연주자와 작곡가 등 감성에 기초한 예술 관련 직업들이었다.
박가열 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사람에 대한 대체라기보다 사람이 한 단순 반복적인 직무를 AI와 로봇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전문가들도 전문성을 더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미래 기술의 영향을 연구하는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즈번 교수가 제안한 분석모형을 활용했다. 각 직업에 대해 △정교한 동작이 필요한지 △비좁은 공간에서 일하는지 △창의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예술과 관련된 일인지 △사람들을 파악하고 협상·설득하는 일인지 △서비스 지향적인지 등을 주요 변수로 삼았다. 연구 결과는 고용정보원 홈페이지(www.keis.or.kr)에서 볼 수 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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