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위기 앞에 주눅이 들거나 주저앉으면 안 됩니다. 상황은 늘 변하기 마련이니 약점이 강점으로, 위기가 기회로 전환될 때 기회를 놓치지 말고 과감하게 결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평규 S&T그룹 회장은 지난 23일 S&T모티브 부산공장에서 열린 ‘S&T그룹 임원 비상전략회의’에서 참석한 전 임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금융권력의 도덕적 해이로 산업구조조정도 흐지부지되고, 노동개혁도 공공부문과 대기업 노조의 반대로 흐지부지되면서 청년실업 문제는 날로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상황을 위기로 진단한 뒤 “세계적 불황 속에 아무런 대응을 못 하는 상황이라면 한국에서 제조업이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패배감을 가질 필요는 없고 적극적인 위기대응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최 회장은 강조했다.
이날 비상전략회의는 S&TC 김도환 사장이 쉐브론사의 호주 가스플랜트에 납품한 열교환기의 대규모 클레임 사태를 해결한 사례를 발표하는 등 주요 계열사의 위기극복 사례를 놓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내 계열사 임원들뿐만 아니라 중국과 사우디 주재 법인장들까지 참석한 가운데 시종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5시간 동안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1979년 창업 이후에 몇 차례 큰 위기를 극복하면서 올해로 37년째 S&T그룹을 키워온 최 회장은 평소에도 ‘기업은 위기 속에서 성장한다’는 지론을 역설해 왔다.
비상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한 최 회장은 그룹 계열사의 위기대응 사례를 듣고 고전 병법서에 나오는 ‘임기응변(臨機應變)’의 의미를 풀어서 위기대응 전략을 설명했다.
원래 병법에서 임기응변은 ‘변화의 계기를 정확히 파악해서 최선의 대응책을 찾는다’는 말이다.
최 회장은 “위기가 이미 온 것은 사실이지만 세상일은 늘 변하는 법이라서 언제든지 약점이 강점이 되고 위기가 기회로 변화될 수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그런 변화의 타이밍을 포착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변화의 계기는 주관적으로 설정할 수 없고, 그러면 적중할 수 없다는 의미의 ‘병법 삼십육계’의 기불가설(機不可說) 설즉부중(設則不中)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임원들에게 “정확한 타이밍은 경험에 의존한 추측이나 혼자 책상에 앉아서 세운 가설로는 포착할 수 없고 허위 정보를 마치 진실인양 생각해 기회를 잡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위기 속에서도 변화의 타이밍이 오면 과감하게 결단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최근의 제조업 위기 상황은 경제가 일본과 같이 장기적인 저성장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보기 때문에, 지극히 현실적인 경영전략을 세워야 한다”고도 말했다.
계열사의 케이스 스터디(사례 연구)와 고전 병법에서 위기대응 전략을 찾는 최 회장은 “객관적인 사실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파악해서 임기응변하는 것, 그리고 정확한 타이밍에 치고 나가거나 물러서거나 과감한 결단을 하는 것이 위기 속에서도 이기는 방법”이라며 “어려울 때일수록 더 소통하고 화합하자”고 강조하면서 이날 회의를 마무리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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