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의 승리로 끝날 줄 알았던 새누리당 20대 총선 공천이 김무성 당 대표의 옥새투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진박 예비후보 5명의 후보등록이 원천봉쇄되면서 ‘대구경북(TK) 진박 꽂기’에 차질이 생겼다. 친박계는 예상치 못한 김 대표의 반격에 ‘허를 찔렸다’며 격노했다.
친박계는 24일 오전까지만 해도 친박계 시나리오대로 흘러가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김 대표의 옥새투쟁 가능성에 대해 “(후보등록) 시간이 없어 (공관위에 재의를 요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서울 은평을·송파을, 대구 동갑·동을·달성 등 공천 보류 5개 지역에 대한 진박 후보 공천 불가를 천명하며 전세는 한순간에 역전됐다.
친박계는 김 대표의 기습공격에 아연실색했다. 대구 비박 물갈이 작전은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친박계 시계는 이날 오후부터 긴박하게 돌아갔다. 김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원유철 원내대표, 이인제·김태호 최고위원,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실에 모여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원 원내대표는 공천안 보류지역 추인을 위한 긴급 최고위원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김 대표의 소집 거부로 이날 오후5시께 친박계 최고위 간담회로 마무리됐다. 친박계는 김 대표의 최고위 소집 거부를 궐위상태로 보고 별도의 공천 결과 추인 절차를 밟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당규상 당 대표가 최고위 소집을 거부하면 최고위는 열 수 없다. 2인자인 원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으로 나서려고 해도 당 대표가 사고나 해외출장 등 명백한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사실상 친박계가 당 대표를 제치고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는 셈이다.
친박계는 김 대표를 끌어내리기 위한 카드로 최고위 해체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꺼내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최고위원 9명 가운데 친박계 인사는 5명이다.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전원 사퇴할 경우 의결정족수(5명)를 채우지 못해 당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는 해체된다. 그러나 보류지역 내 진박 후보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25일까지 비대위 전환을 마쳐야 한다. 시간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비대위원을 임명하려면 비상대책위원장이 상임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또 비대위원장 임명에는 당 대표 직인이 필요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비대위 전환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능한 방법이다. 후보등록일이 하루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위 구성과 임명, 의원총회 추인 등을 모두 거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권한대행으로 나서기 위해 김 대표에게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조건으로 대표직 사퇴를 협상 카드로 제시할 수 있다.
/류호기자 r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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