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의 최고 부자들은 유럽 빅리그에 투자하는 한편 국제축구연맹(FIFA)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간다. 중국 프로축구팀과 축구협회는 A급 스타들을 영입해 자국 리그 인기를 높이고 비시즌에는 유럽 최고 명문팀들의 친선경기를 유치한다. 이쯤 되면 중국이 ‘축구의 나라’로 불릴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은 24일 2016년 투어 일정을 발표했다. 오는 7월22일 도르트문트, 25일 맨체스터 시티와 프리시즌 친선대회인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에서 맞붙는데 장소가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이다. 빅클럽 친선전은 이전에도 종종 중국에서 열려왔지만 이번 이벤트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맨유와 맨시티 간 라이벌전인 135년 역사의 맨체스터 더비가 영국 밖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 장소가 바로 2008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버즈 네스트다. 중국 자본은 지난해 말 맨시티 모기업 시티풋볼그룹에 투자를 발표했는데 그 영향으로 빅매치도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요즘 같으면 중국의 축구팬들은 부러울 게 없다. 시즌 중에는 각국 스타 플레이어가 포진한 자국 리그(슈퍼리그)를 즐기고 비시즌에는 맨체스터 더비 같은 전통 명가들의 경기를 직접 관전한다. 이적시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구단들이 빅네임 영입에 아낌없이 투자해 축구팬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파리 생제르맹)에게 슈퍼리그 구단이 연봉 970억원을 제시했다는 보도도 24일 나왔다.
중국 슈퍼리그는 전체 16개팀에 약 500명의 선수가 소속돼 있는데 이 가운데 18%가 해외파다. 16개 구단 모기업의 절반 이상은 부동산 기업. 슈퍼리그는 최근 겨울 이적시장에서 3,000억원이 넘는 돈을 써 프리미어리그 등 유럽 빅리그를 압도하기도 했다. 스포츠 산업 전문가인 사이먼 채드윅 영국 샐퍼드대 교수는 “중국 기업들은 재력을 세계에 과시하는 수단으로 축구를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슈퍼리그 외국인선수 규정은 팀당 5명 보유에 4명 출전이며 자국 선수 성장을 위해 골키퍼는 반드시 중국인이어야 한다. 슈퍼리그에는 유럽과 달리 팀 연봉 상한이 없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공격수 에세키엘 라베치(허베이 종지)의 주급은 6억5,000만원에 이른다. 하미레스, 뎀바바, 제르비뉴, 아사모아 기안 등 유럽 빅리그에서 이름깨나 날렸던 선수들도 중국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BBC는 “결국 돈을 보고 가는 것이다. 자기가 뛸 구단이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고 가는 선수가 많다”고 전했다. 스타 효과 때문인지 지난해 한 경기 평균 관중은 2만2,193명이나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5년까지 중국 스포츠 산업 시장규모를 1조원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축구다. 중국 전역에 축구학교를 2017년까지 2만개, 2025년까지 5만개나 세우겠다고 했다. 인재를 발굴해 2025년 안에 월드컵을 개최하고 우승까지 하는 게 축구광 시진핑의 꿈이다. 중국 부자 순위 1·2위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과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시진핑의 특급 도우미다. 완다는 최근 FIFA의 공식 후원사가 됐고 월드컵 중계권 판매 대행사도 인수했다. 알리바바는 광저우 에버그란데 구단 지분의 40%를 소유하고 있다.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스벤 예란 에릭손 상하이 상강 감독은 “10~15년 뒤 중국 대표팀은 월드컵 우승을 노릴 정도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회의론도 있다. 과감한 투자는 일부 구단의 얘기일 뿐인 데다 중국을 찾는 스타 플레이어들은 환경적 요인 탓에 상당수가 단기 계약을 한다. 이 때문에 리그의 장기적인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국 리그의 발전이 더디다면 대표팀 경쟁력도 기대하기 힘들다. 중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은커녕 2차 예선 통과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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