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에 기노쿠니야를 앞지르고 일본 최대 서점 체인으로 급부상한 ‘쓰타야’에 다녀왔다. 마스다 무네아키가 쓰타야 1호점에 해당하는 히라카타점을 연 것은 1983년으로 처음에는 서점이라기보다 ‘비디오테이프+레코드+서적’을 함께 취급하는 렌털숍에 가까웠다. 자신이 꿈꾸던 아이디어를 집약시킨 서점으로서의 ‘다이칸야마 쓰타야’를 개업한 것은 2011년의 일이다.
그가 시부야 구에 4,000평 정도 되는 부지를 사들이며 서점을 만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쯧쯧, 요즘 같은 출판 불황에 서점이 웬 말인가’라는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성공을 거두리라 예상한 이는 없었다.
일반적으로 서점은 서점의 편의에 따라 책을 ‘전시’해 놓는다. 책의 크기나 유통 방식에 맞춰 서가를 구분하고 픽션이냐 논픽션이냐에 따라 구획을 정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서점을 운영하는 이들의 편의에 따른 분류이다.
“그곳은 단순히 판매를 하는 ‘판매 장소’일 뿐 구입을 하는 ‘구입 장소’가 아닌 것이다. 정작 주역이어야 할 고객이 존재하지 않는, 열기가 식은 공간을 만들어 놓고 ‘책이나 잡지가 팔리지 않는다’라고 한탄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무네아키는 말한다. ‘책으로 일으킨 혁명’이란 수식어가 붙는 쓰타야 서점의 핵심은 ‘고객의 편의에 맞춘 매장 운영’에 있다.
직접 눈으로 보니 그게 무슨 말인지 조금쯤 알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것은 책상 몇 개 가져다놓은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다. 쓰타야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는 까닭은 ‘이 서점이 오늘은 나에게 어떤 제안을 할까’ 하는 기대감을 독자들에게 줄 수 있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요즘 가장 많이 팔리는 책입니다’라는 진열이 아니라 ‘이것이 요즘의 당신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라는 제안인 것이다. 매거진의 ‘특집기사’라고 해도 좋겠다. 분기별로 특집기사들을 바꾸어 게재함으로써 독자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궁금하게 만든다. 거기에는 무언가 가슴 설레는 요소가 있다.
장르에 따른 구분과 제안이라는 것은 말이 쉽지, 판형과 판매부수에 맞추어 수치적으로 책을 구분하던 서점 담당자 입장에서는 이만저만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고객의 욕구도 알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관련한 도서의 내용도 파악해 두지 않으면 곤란하다. 여행 전문가+요리 전문가+건축 전문가+자동차 전문가 등과의 협업도 필요하다. 한마디로 강도 높은 노동력을 요하는 일이다. 하지만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영업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증가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는 무네아키의 철학이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각지의 독자들이 쓰타야를 찾는 이유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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