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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훔쳐보기] 김종인과 문재인, 1+1=2 or 0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 전 대표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관계를 두고 다양한 평가가 존재한다. 전·현직 대표의 관계를 협력관계로 보는 쪽에선 ‘차도살인’으로 명하기도 하고 경쟁 관계로 보는 쪽에선 ‘주객전도’라고도 한다. 확실히 둘 사이의 관계를 평가할 수 없는 이유는 둘 다 자신의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김종인 대표가 총선 과정에서 정청래·강기정 의원 등 강경파를 쳐낼 때 ‘다른 사람의 칼을 빌려 사람을 쳐낸다’는 뜻의 차도살인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주류가 잘려나가는 상황 속에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외치던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정치적 도의가 없다”며 ‘친노 간 동지애’를 부추기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친노, 주류의 구심점이라는 점에서 그를 강경파 성향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협상론자의 기질도 자주 드러낸다. 지난 연말 여야가 청와대가 강하게 압박한 경제활성화법과 한·중 FTA 비준안, 선거구 협상 과정에서 ‘원칙’을 고수하며 여야 합의 결과를 반대한 강경파를 설득했던 장본인은 문재인 전 대표였다. 문재인 전 대표는 청와대 영수회담을 하고서도 국회로 들어와 “협상 가능한 방안을 찾아보도록 하라”고 당에 지시하기도 했다. 세월호법 협상 과정에서 단식하며 강경파 이미지로 굳어졌지만 ‘제로섬’ 게임식의 여야 대치를 꺼리는 모습이 자주 노출된다. 그가 ‘차도살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김종인 대표의 주류 공천 컷오프에 침묵을 했던 이유도 ‘강경파’와의 전략적 결별을 택하고 20대 국회에서 보다 안정적인 당 운영을 꾀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차기 대선을 1년 앞두고 구성이 되는 20대 국회에서 강경파 의원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이 대권 경쟁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재인 전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당무 거부’를 선언한 김종인 대표의 자택을 방문해 머리를 숙인 것 역시 김종인 대표의 우클릭에 동조했다는 ‘싸인’으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의 전략적 인내가 언제 한계에 부딪힐지는 예측할 수 없다. 공천과정에서 더민주 기존 지지층이 강하게 반발했던 모습을 목격한 문재인 전 대표로서는 김종인 대표의 ‘우클릭’ 행보를 온전히 바라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4일 손혜원 마포을 후보의 선거개소식을 찾아 “진보, 민주화 운동 세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쪽 면만 본 것”이라며 컷오프 당하고 손혜원 후보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청래 의원을 띄워주기도 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의 신경전 논란이 불거졌다. 또 김종인 대표가 “더는 킹메이커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해 대권 출마설이 제기되는 등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며 주객전도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둘 사이를 예단하기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종인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주류의 결집력을 확인했고 문재인 전 대표 역시 김종인 대표가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카리스마’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주류와 김종인 대표와의 신경전에서 촉발된 당 정체성 문제를 두고 결국 “관념적이고 부질없는 논쟁”으로 치부했다. 김종인 대표 역시 문 전 대표가 정청래 의원을 두둔한 데 대해 25일 기자들과 만나 “특정 지역을 고려해서 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갈등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5월 전당대회에서만큼은 이 둘 사이의 관계가 명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의 당권 도전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주류 측 후보를 내지 않고 김종인 대표와 협력하는지 여부에 따라 2017년 대선 가도에서 둘 사이가 킹과 킹메이커의 관계가 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형윤기자 man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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