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관객들도 영화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할리우드 스타 리암 니슨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흥행 수익을 일반 관객들과 나누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5일 만에 총 모집가액 5억 원의 40%에 해당하는 2억400만원이 청약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관객 1,000만명 들면 54.6% 수익, 200만명 이하면 80% 손실=크라우드펀딩이란 ‘대중에게 자금을 모은다’는 의미로 사업이나 프로젝트 내용을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한 후 뜻에 공감한 다수에게 소액을 기부·후원·투자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영화계에서는 독립·중소 규모 영화를 중심으로 이미 수차례 시도되고 성공한 방식이기도 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6년’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 ‘카트’, 서해교전을 다룬 ‘연평해전’, 일본군 위안부 소재의 ‘귀향’까지 여러 뜻깊은 영화들이 수많은 펀딩 참여자들의 도움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 펀딩은 후원 또는 기부로만 여겨져 참여자들은 아무리 영화가 크게 흥행해도 그 이익을 함께 누릴 수가 없었다.
‘인천상륙작전’의 경우 최초로 ‘투자형 펀딩’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영화의 좋은 의미에 공감해 제작비를 지원한다는 것까지는 같지만, 만약 영화가 흥행할 경우 이익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IBK투자증권에서 청약 중인 내용을 보면 영화가 손익분기점인 500만 관객을 넘어설 경우 투자자들은 수익을 올리게 된다. 매 10만명 초과할 때마다 수익률은 1%씩 증가하며, 천만 관객을 달성할 경우 최대 54.6%의 수익률을 얻게 된다. 이 경우 100만원을 투자해 54만6,000원을 번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상품은 증권형이므로 관객이 500만명 이하로 들 경우 최대 80%까지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괜찮은 투자상품 늘어나야 크라우드펀딩 활성화 될 듯=첫발을 뗀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영화계의 대세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누가 봐도 흥행할 만한 영화는 지금도 투자자 찾기가 어렵지 않은데 굳이 일반 투자자들과 수익을 나누겠다며 나설지 의문”이라며 “물론 자금 조달이 절실한 독립 영화들은 이 방식을 많이 이용할 수 있겠지만, 그땐 반대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즉 일반인 투자자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수익률 전망이 좋은 영화상품이 늘어나야 이런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영화산업 자금조달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일반 관객으로부터 펀딩을 받는 것 자체로 높은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기에 제작사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례로 ‘연평해전’이나 ‘귀향’의 경우 일반 국민들이 영화 제작에 동참했다는 사실이 직접 흥행으로까지 연결된 사례로 꼽힌다. 두 영화는 각각 6만명과 7만5,000명의 국민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했고, 엔딩 크레딧에 그 후원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올림으로써 영화의 의미와 울림을 도드라지게 했다.
‘인천상륙작전’ 역시 제작비가 부족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순제작비만 13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로, 드라마 ‘아이리스’ 등을 만든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국내 최대 규모의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았다. 제작사 측은 “작품이 가지는 의미를 국민과 나누고자 크라우드 펀딩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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