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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프로필 도용 채팅..."명예훼손죄 아냐"

대법 무죄 원심 확정

남의 개인정보와 사진으로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해 다른 사람 행세를 했더라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26)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대법원은 A씨가 피해 여성의 사진·이름·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로 소개팅 사이트에 가입했고, 마치 본인인 것처럼 행세하며 다른 남성들과 채팅을 하고 전화번호를 건넜다는 점은 인정했으나 그것만으로는 ‘사실적 적시를 통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A씨는 2014년 본인 스마트폰으로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했다. 하루 16명의 이성을 소개해준다고 해 100만명 넘게 가입했다는 유명 애플리케이션이었다. 하지만 A씨가 가입하면서 올린 사진과 개인정보는 그가 아닌 B씨였다.



B씨는 A씨와 2년 전 헤어진 남자친구의 새로운 애인이다. A씨는 두 사람 사이를 떼어놓을 속셈으로 B씨의 카카오톡 프로필에서 사진은 물론 나이·지역·직업·키 등 개인정보를 그대로 옮겨와 썼다. 이를 보고 연락해 온 남성들과 채팅을 하면서 마치 자신이 B씨인 양 행세하고, 연락처까지 건네줬다. 피해자 B씨는 자신이 가입한 적이 없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계속 모르는 남성들이 전화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결국 A씨가 범인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1·2·3심은 모두 A씨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의 ‘타인 사칭’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공공연하게 거짓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심은 “B씨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자신의 것처럼 알려준 사실은 인정되나 인적사항을 도용한 것일 뿐 구체적 사실을 적시했다고 볼 수 없다”며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심도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란 과거나 현재의 사실관계에 대한 진술”이라며 단순히 인적사항을 도용하고 공개한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를 인정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흥록기자 ro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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