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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AIIB 출범, 우리의 기회로 삼자

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출범은 ‘뜻이 있는 곳에는 항상 길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입증해 주었습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1월 1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개최된 AIIB 창립총회 및 개소식에 이례적으로 리커창 총리와 함께 참석했다. 시 주석은 AIIB가 지역의 연계성(connectivity)과 경제통합을 증진시킬 인프라 사업에 재정적 지원을 집중해 나갈 것이며, 기존의 다자개발은행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자신이 주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실크로드 경제벨트 및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사업에 AIIB와 다른 금융기관들도 참여해 줄 것을 촉구했다.

최근 베이징의 금융 중심지에 위치한 AIIB본부에서 필자와 만난 진리췬 AIIB 초대 총재는 AIIB가 중국의 은행이 아니라 57개국으로 구성된 다자개발은행이며, 따라서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같은 중국의 이익만을 위해 출범한 기구가 아니라는 점을 역설했다. 또 현재 추가적으로 50여개 국가가 가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이 중 30개국은 아주 적극적이라고 했다.

AIIB가 기존 다자개발은행과 긴밀히 협력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에 의거해 설립된 세계은행(WB)이나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대항마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가입하지 않고 있고, 전문 인력이 부족해 조직이 안정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AIIB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의 중심 체제와 선의의 경쟁 및 상호보완을 통해 동반 성장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 같은 AIIB의 출범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ADB에 따르면 아시아지역의 인프라 투자수요가 2020년까지 매년 7,3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더구나 유가하락으로 중동 건설시장이 저조한 상황에서 아세안 경제공동체를 출범하고 높은 경제 성장을 지속중인 아시아는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AIIB 창립 멤버로서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5번째로 높은 지분율을 확보하고 5명의 부총재 중 주요 포스트인 리스크 담당(Chief Risk Officer) 부총재직을 확보한 것은 잘 한 것이라 본다.

이제는 AIIB내에 일정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우리 기업들이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치밀하고 정교한 전략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현 가능한 좋은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유·무상 공적개발원조(ODA) 등 정책수단들을 활용해 민·관 합동의 종합적인 접근을 하는 게 중요하다. 또 우리 정부가 내년도 AIIB 연차총회를 한국에 유치한다면 아시아 인프라 개발 시장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AIIB를 통해 우리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 그리고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논의될 동북아개발은행과의 협력 가능성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뜻이 있으면 반드시 길이 있을 것인지’, 머지 않은 훗날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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