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를 한 번 다녀왔다고 해서 감히 그곳을 가봤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의 구분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봄의 산은 겨울철 설산(雪山)과 다르고 녹음에 덮힌 여름과 딴판이며 만산홍엽(滿山紅葉) 가을철은 또 다른 모습이다. 산 뿐 아니라 들도 그렇고 바다의 빛깔도 철에 따라 다르며 도시 또한 그렇다. 서울에는 아직 오지 않은 봄을 맞으러 경상남도 마산으로 떠난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들풀들은 파릇파릇 순을 내밀고 벚꽃들은 움을 틔웠지만 꽃망울이 터지기에는 아직 일렀다. 하지만 이 글이 지면 위에 인쇄될 즈음 마산 벚나무들은 가지마다 팝콘처럼 터져 나온 꽃들로 뒤덮일 참이리라.
◇창동 상상길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의 ‘상상길’ 바닥은 온통 외국인들의 이름으로 뒤덮여 있다. 불종거리에서 부림시장까지 약 155m에 걸친 상상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했던 ‘당신의 이름을 한국에 새겨보세요’라는 2015 글로벌 캠페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연인과 함께 걷기 좋다’고 해서 ‘쌍쌍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길은 공개모집을 통해 한국을 보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블록에 새기고 한국을 상징하는 다섯 가지 색을 입혀 놓았다.
2만3,000명의 이름이 새겨진 블록에는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의 이름과 국적이 적혀 있는데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들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거리로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노경국 창원시청관광과 팀장은 “실제로 외국인들이 가족들을 데리고 자기 이름을 보러 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며 “이름은 열과 행에 따라 찾기 쉽도록 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다”고 말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10길 62
◇창동예술촌 = 상상길과 인접한 ‘창동예술촌’도 마산사람들의 노스텔지어가 깃든 곳이다. 1950~1960년대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던 마산의 추억과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창동예술촌은 옛 마산 원도심권(창동·오동동권역)의 상권을 되살리기 위한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문신예술·마산예술흔적·에꼴드창동이라는 3가지 테마로 꾸며져 있다.
문신예술은 조각가 문신 선생을 재조명하는 문신예술 세계와 관련한 체험 아트공간 및 테마 상가로 구성돼있다. 마산예술흔적은 마산르네상스 시절의 추억거리를 재연해 놓았다. 에꼴드창동은 예술인과 예술 상인들이 어우러지는 테마예술상업 골목으로, 현재 총 50개의 시설이 입주해있다. 마산에서 가장 오래된 학문당 서점도 아직 영업 중이다. 마산합포구 오동서6길 24, www.changdongart.com
◇문신미술관 = “나는 노예처럼 일하고 신처럼 창조하며 서민들과 함께 하겠다.” 마산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의 예술정신이다. 창원시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추산동 언덕의 문신미술관은 자신의 신조대로 살다 간 작가 문신의 작품과 예술 혼이 서린 곳이다.
파리에서 활동하던 문신은 1980년 귀국한 후 고향 마산으로 돌아와 15년에 걸쳐서 미술관 건립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고, 1994년 마침내 개관을 보게 됐다. 하지만 미술관을 개관한 지 1년 만에 그는 유명을 달리했다. ‘사랑하는 고향에 미술관을 바치고 싶다’는 작가의 유언에 따라 2003년 문신미술관은 시에 기증돼 시립미술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시는 작가의 또 다른 작품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문신원형미술관을 2010년 10월에 개관, 116여 점의 석고원형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미술관은 제1전시관·제2전시관·야외조각전시장·문신원형미술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조각·석고원형·유화·드로잉·유품·공구 등 총 3,900여점의 작품 및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마산합포구 문신길 147
◇팔용산 돌탑 = 마산 양덕동에서 봉암동 쪽으로 뻗어 있는 해발 328m의 팔용산은 옛날 하늘에서 여덟 마리의 용이 내려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팔용산과 인접한 양덕동에 거주하는 이삼용씨는 이산가족의 슬픔과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1993년 3월 23일부터 돌탑을 쌓기 시작해 지금까지 크고 작은 1,000여 기의 돌탑을 쌓아 놓았다. 코끼리, 봉황, 잉꼬 등 각양각색의 형상으로 지어진 돌탑들이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어 색다른 정취를 풍긴다. 마산회원구 양덕동 일대. /글·사진(창원)=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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