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위산업 수출 실적에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건설 공사 비용의 방산수출액 포함. 군함과 항공기와 총포 등 무기류와 탄약류도 아닌 건설 공사가 지난해부터 방산수출 실적에 잡혔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이 비공식적으로 밝힌 지난해 방위산업 수출액은 34억9,300만달러. 사상 최대치를 찍은 지난 2014년의 36억1,000만달러보다 3.2% 줄어든 금액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무역 위축 속에 나타난 각국의 국방예산 감축 분위기와 정부 합동수사단의 방산 비리 수사로 인한 국내 방산업계의 대외 마케팅 위축을 감안할 때 상대적인 호성적으로 평가받았다.
방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적에 고무되면서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수출에 나설 만한 방산업체가 손가락으로 꼽히는 마당에 수출이 소리 소문도 없이 연말에 갑자기 늘어난 게 의아하다는 것이었다. 방산수출은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7억달러 수준, 9월 말까지도 20억달러를 밑돌았다.
연말에 수출액이 급증한 것을 방사청은 항공기와 자주포 등 대형 사업들이 연말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으나 한 가지 요소가 더 있었다. 모 국가에 대한 건설 수출 실적이 최소한 4억달러 이상 방산수출에 포함됐다. 이 같은 수출을 기록한 해당 업체는 지난해 해당 지역의 건설 공사 등을 포함해 8,200억여원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종합하면 수출이 전년 대비 3.2% 감소에 그쳤다고 자위했으나 건설 공사 부문을 제외하면 전년보다 14(방사청이 밝힌 공사비 4억달러 기준)~24%(업체가 밝힌 금액 기준)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방사청은 이에 대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2014년 하반기 방위사업 관리 규정을 개정하면서 건설 공사 등도 방산수출액에 포함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며 “건설 공사에는 공사비 외에도 각종 군수 지원과 교육 및 훈련 비용도 포함되기에 방산수출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산업계에서는 청와대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포퓰리즘에 젖어 방산 수사를 무리하게 강행해 방산수출이 위축됐다는 지적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은 이에 대해 “2014년 말부터 방산수출액 외형에 일희일비하지 않기 위해 공식적인 대외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며 “떨어진 실적을 일부러 끌어올리는 방안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산수출액 거품이 논란인 가운데 올해 전망도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국제 원유가격 하락으로 주요 고객이던 중동 산유국들의 구매력이 떨어져 대형 프로젝트 몇 개가 지연 또는 취소됐다. 방산업체에서 해외 수출을 맡고 있는 한 임원은 “방산수출의 경우 상담, 실계약 체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최근의 방산비리 수사의 영향은 두고두고 나타날 것”이라며 “국내는 물론 해외 부문에서도 규모가 작아질 방산 시장을 놓고 중국과 일본까지 끼어들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방산수출액은 2000년대 초반까지 2억~5억달러 수준에 머물다 2007년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해 2008년 10억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011년 23억8,200만달러, 2014년 36억1,000만달러로 급신장세를 보여왔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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