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을에 무소속으로 출마중인 유승민 의원이 대구경북(TK) 지역의 무소속 돌풍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총선 이후 정치권 지형이 유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58그룹’(50세 이상·80년대 학번)이 권력재편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58년생인 유 의원은 나이는 50대지만 학번은 80년대 학번이 아니다. 그러나 유 의원은 당 정체성 문제와 ‘해당(害黨) 행위’ 등을 이유로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어서, 상대적으로 개혁 보수 이미지의 58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종로에 출마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58그룹이 각각의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당 혁신 기치아래 한 데 모일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58그룹’들은 최근 잇따라 유 의원 옹호 발언이나 개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유 의원은 선거운동 첫날인 31일 대구 동구 공항로 금호강 둔치에서 공동 출정식을 갖고 “유권자의 선택을 당당히 받아 다시 국회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또 “대구에는 후보를 작대기처럼 여기저기 꽂아도 당선되는 줄 아는 새누리당을 바로 세우는 데 앞장서겠다”며 “권력이 아무리 찍어내고 핍박해도 절대 굴하지 않고 무너져내리는 새누리당을 저희 세 사람이 바로 세우겠다”고도 했다. 총선 이후 당의 변화에 중심에 서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으로 읽힌다.
58그룹의 대표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야 공천심사 과정의 내분에 대해 “양쪽 모두 계파정치의 모습을 보여줘 국민의 정치혐오를 키웠다”며 기존 여의도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원 지사는 대선 출마 생각에 대해 “첫 도지사 임기에 충실하겠다”며 불출마를 시사하긴 했지만, 공천 과정에서 보인 당의 실망스러운 모습에는 비판적인 시각을 숨기지 않았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총선관련 언급을 극도로 자제한 채 도정업무만 챙기고 있다. 자칫 공천 파동에 맞물리면 정치중립 위반 논란에 휩쓸릴 수 있는 데다, 공천논란이 계파이익 나눠먹기로 전락하면서 향후 행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58그룹의 대표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안 지사는 총선 이후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의 행보에 따라 차기 대권주자에 오르내릴 만큼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개혁보수를 내건 유 의원이 새누리당 텃밭에서 의외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데, 20대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58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여야의 공천파동도 국민들의 정치혐오를 키운 만큼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정치인에 대한 수요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58그룹이 당장은 당 내부에서 급격히 세를 불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도, 내년 대선 과정에서 일정한 목소리를 내게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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