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1~3번을 배정 받은 여야 3당 후보는 31일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에 맞춰 일제히 이촌역 4번 출구 앞에 모여 유권자들에게 출근길 인사를 했다. 이곳은 이촌동 일대 주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으로 용산에 출마하는 후보라면 하루에 한 번씩은 찾는 선거 요충지다.
가장 일찍 자리를 잡은 황춘자 새누리당 후보는 용산에서 내리 3선을 지낸 진영 의원의 탈당을 비판하며 30조원 규모의 개발 사업인 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를 재차 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황춘자 후보는 “진 의원이 12년 동안 새누리당 소속으로 의원 활동을 했으면서 공천에서 배제됐다고 당을 바꾸는 것은 유권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그동안 용산에 자리 잡은 정치인이 아무도 해내지 못한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이촌역 인근에서 만난 40대 여성 권모씨는 “같은 지역에서 당적을 바꿔 출마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며 “이번에는 여당 후보에게 표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이촌역에 도착한 진영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유권자들의 손을 두 손으로 맞잡으며 “정치 개혁의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진영 후보는 “새누리당 공천 심사에서 부당한 이유로 탈락한 점에 많은 유권자가 공감대를 표시하고 격려를 해주고 있다”며 “거창한 개발 공약보다는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복지·교육 정책을 알리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영 후보의 유세 활동을 지켜보던 50대 직장인 남성 최모씨는 “새누리당이 여러 지역에 무차별적으로 후보를 내리꽂는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면서 “지역을 잘 아는 진영 후보에게 마음이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내에서도 노동·경제 전문가로 꼽히는 곽태원 후보는 수도권에서 부는 ‘야권 단일화’ 움직임에도 끝까지 선거를 완주하겠다는 각오다. 곽태원 후보는 “여당과 제1야당에서 나온 후보는 정체성 측면에서 아무런 차이점이 없다”고 꼬집으며 “노동·경제 등 민생 중심 활동을 통해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가진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생인 정진원씨는 “새누리당 후보는 ‘네거티브(비난) 전략’에 집중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용산에서 3선을 하면서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이번 총선에서는 제3당 후보를 찍을 예정”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정연욱 정의당 후보와 이소영 민중연합당 후보도 도전장을 내밀어 총 5명이 서울 용산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진영 후보가 다른 후보에 근소하게 앞서는 모양새다. 조선일보가 2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진영 후보는 34.7%, 황춘자 후보는 30.9%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곽태원(5.3%) 후보, 정연욱(2.6%) 후보, 이소영(0.6%) 후보가 그 뒤를 이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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