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땅값과 인건비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지난 2013년 1월 우리 정부는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로 우리나라에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을 국내로 유치하면 일자리 창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정부는 중국에 진출한 전자부품·컴퓨터와 전기장비, 의복·모피, 가방·신발 등 5개 업종 기업 가운데 10%만 국내로 돌아와도 일자리 8만5,000개가 만들어지고 국내총생산(GDP)은 7조5,000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만일 60% 정도가 돌아온다고 가정하면 고용 창출 효과는 51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그해 8월 ‘해외 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기업 지원법)’을 제정해 12월 시행에 들어갔다. 해외에 사업장을 운영하다 우리나라의 지방에 정착하는 기업에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해주고 입지나 보조금 지원을 해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당시 정부의 유턴기업 유치 시도는 심각한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국내 젊은이들에게는 가뭄 속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다.
그로부터 2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을까. 그동안의 성과를 보면 청년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는커녕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유턴기업 지원법이 본격 시행된 2013년 12월 이후 올 3월까지 국내로 돌아오겠다고 지자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기업은 고작 27개에 그치고 있다. 법 시행 이전 2년간 유턴기업 수(51개)보다 늘어나기는커녕 반토막이 났다. 그나마 2014년 16개, 2015년 9개, 2016년(3월 현재) 2개 등으로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성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진 전라북도의 경우도 2012년부터 300개 이상 기업을 유치해 10만명 이상의 고용창출을 목표로 했지만 4년 동안 고작 28개 기업과 MOU를 체결했을 뿐이다. 이 가운데 실제 투자를 단행한 기업은 8곳에 불과했고 여기서 만들어진 일자리는 288명에 그쳤다.
정부 측은 투자유치 부진 이유로 글로벌 경기부진을 들고 있으나 같은 여건 속에서도 미국이나 일본에서 활발한 기업 유턴이 일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에 힘입어 제너럴일렉트릭이 가전 생산공장을 중국에서 미국 켄터키주로 옮기는 등 리쇼어링(re-shoring) 붐이 일고 있고 일본도 엔저 효과 등에 힘입어 혼다와 파나소닉 등 대기업들이 해외 공장을 일본으로 속속 이전하고 있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에서만 기업유치가 부진한 것일까. 무엇보다 부실한 지원 체제의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턴기업 지원법이 만들어져 있지만 다른 법과의 충돌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기로 결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공장입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수도권은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못 받게 돼 있다. 시장 여건상 수도권에 자리를 잡아야 하는 업체들은 유턴기업 지원이 사실상 ‘그림의 떡’인 셈이다.
복잡한 선정·지원절차도 기업들의 유턴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유턴기업 선정 업무는 산업부와 KOTRA가, 입지와 시설투자 보조금 지원은 산업부와 산업단지공단이 맡고 있어서 지원을 받기까지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많고 실제 지원을 받기까지 시일도 오래 걸린다.
이런 걸림돌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오기는 어렵다. 정부가 진정 유턴기업 유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을 하려면 하나의 법으로 일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을 정비하고 행정절차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갖춰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철수기자 cs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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