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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종이 그리고 환경을 말한다

사진교체요망ㅠㅠ엄태진 경북대 교수

한국은 종이·판지 생산량이 1,180만톤으로 세계 5위의 나라다. 산림자원이 절대 부족한 여건 속에서도 세계적인 제지 강국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른 제지 강국과 달리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그중 하나로 산림자원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사용한 종이의 재활용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이를 통해 폐지재활용률이 88.2%로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또한 종이제품의 원료인 펄프는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수입펄프를 가공해 세계 200여개 이상의 국가에 종이제품을 수출하는 수출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들 중에는 아직도 종이를 만드는 일이 환경, 즉 산림을 파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오해의 원인은 환경적 기능에서의 제지산업에 대한 홍보와 이해가 부족하거나 산림녹화정책을 중시하던 과거의 고정관념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제지산업 혹은 종이제품에 대한 일부의 오해를 해소하고 바르게 알리기 위해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봤다.

첫째, 종이원료가 되는 펄프는 인공조림을 통해 육성된 목재로부터 생산된다. 즉 채집목재가 아니고 재배목재인 것이다. 이는 일용할 식량을 재배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욱이 펄프산업은 유럽의 불법벌채 목재의 유통금지 규약(FLE)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은 조림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아마존의 천연림을 지키기 위해 제지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둘째,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배출이고 이를 해결하는 데 제지업계가 가장 앞장서고 있다. 전 세계 인공림의 상당 부분이 제지업체들의 체계적인 관리에 의해 조성되고 있다. 수목의 광합성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흡수는 펄프 용재로서의 적정 수령일 때가 최대가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셋째, 오늘날의 제지산업은 새로운 신재생에너지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펄프와 종이 생산과 병행한 생물자원(바이오매스)의 에너지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넷째, 혹자는 종이가 한 번 쓰고 휴지통에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한참 잘못된 사고다. 종이는 몇 번이고 재활용 가능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종이 자원의 재활용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가장 앞서 있기도 하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종이컵에 대해서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생활의 편의성이라는 측면에서 종이컵은 빼놓을 수 없는 일상용품 중 하나이다. 4g, 8원짜리 종이컵은 우리의 일상을 매우 편리하고 위생적이게 하지만 사실과 다르게 환경을 파괴하고 인체에 해로운 일회용품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식음료 매장에서는 머그컵이나 기타 용기의 사용이 가져오는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에 종이컵과 종이 용기를 더 선호한다고 한다. 한번 사용한 머그컵을 세척할 때 세척제와 많은 양의 물과 전력이 필요하고 충분한 세척을 보장할 수 없는 경우에 발생하는 위생상의 문제(세균·바이러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위생적으로 안전한 종이컵을 편하고 멋있게 사용하고 반듯이 재활용 수거함에 모아두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종이컵 40개를 모아 제지공장으로 보내면 35m 2겹 두루마리 화장지 1개를 만들 수가 있다.

이처럼 종이와 종이제품은 재활용자원과 인공림에서 나오는 펄프로 생산하고 있음에도 대부분 사람들은 아직도 무분별한 벌목을 통해 생산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점이다. 나무는 햇빛과 물만 있으면 성장하는 재생산 가능한 무한 자원이며 도시개발·도로건설·광물채광·원유채굴 등에서와 같이 지구 자체를 훼손시키는 일도 없다. 목재펄프 생산을 위한 필요량 이상의 적극적 조림과 산림의 체계적인 관리는 환경보호는 물론 지속 가능한 자원의 활용 극대화를 도모하고 종이는 지금과 같이 정보문화산업 및 포장·위생산업의 주역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해 인류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데 절대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태진 경북대 교수·펄프·종이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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