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실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 달빛 어린이병원 확대…’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이 모든 보건의료 정책의 공통점은 의사들의 반대에 발이 묶여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등 의사단체들이 말하는 각각의 주요 반대 논리는 이렇다.
원격의료는 동네의원의 도산을 몰고 올 수 있다.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지금도 의료인력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은 실효성이 없다. 달빛 어린이병원은 주간진료만 하는 동네의원을 붕괴시킨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의사 출신으로서 의협의 움직임을 어찌 보는지, 해도 너무한 것 같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내 말이…”라고 채 말을 잇지 못하고 세 차례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정 장관은 “원격의료는 동네의원에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고, 산간벽지 등의 부족한 의료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대학을 설립하자는 것인데 왜 이를 반대하는지 정말이지 답답하다”며 “의협의 집행부 임원진들이 시도의사회 등 산하 시도지부 등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 이에 반하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여서 더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복지부 내에서는 ‘의사들이 반대하는 정책은 아예 입 밖에 내지도 마라. 의사 잘못 건드리면 의약분업 때처럼 징계받는다. 복지부 정책 반대만 하다 결국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의사들이다’ 등 자조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적지 않은 정책들이 ‘지금은 의사들을 자극할 때가 아니다’ 라는 이유로 후(後) 순위로 밀리기도 한다는 게 한 실무 과장의 전언이다.
정 장관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두 달 정도 장관직을 수행하다 보니 장관에게는 ‘뚝배기(뚝심·배짱·기백)’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강조했다. 의사가 반대하더라도 국민의 건강과 편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은 힘있게 밀어붙여야 한다. 그것이 보건복지부가 ‘의사복지부’라는 비판을 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