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닐 정도로 분주한 일상을 산다. 누구에게나 근심과 걱정이 있고 생활환경은 일정한 수준의 위험이 있기 마련이지만 보통은 이를 멀리하려 한다. 은퇴 이후에 일이 없어 바쁘지도 않고 근심 걱정도 없다면 정말 원하는 환경이 됐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생활의 단조로움에 지루하다고 느낄 것이다. 참 행복한 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은퇴 후의 삶은 이와 같다. 많은 시간을 채울 방법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블레즈 파스칼은 “세상의 모든 불행은 홀로 조용하게 자신의 방에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사람은 의식주가 해결됐더라도 그저 가만히 집안에만 있을 수는 없는 존재다. 세상 모든 사건과 문제는 사실 이렇게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의 고유한 특성 때문에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적 여유는 한가함과 지루함을 만들어낸다. 한가함은 주어진 시간의 여유를 즐기는 것이어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한가함을 여유롭게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평소 그런 환경에 노출되지 않으면 낯설기만 할 것이다. 지루함은 무언가 하고 싶은데 할 수 없어 따분하거나 조급함을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이다. 시간의 여유를 견디지 못하는 상태다. 만일 은퇴 후 한가함이 아니라 지루함을 느낀다면 은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항상 바쁘게 살아왔기 때문에 은퇴 이후 주어진 많은 시간을 한가하다기보다 지루하게 느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은퇴 후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를 은퇴 전에 계획해야 하는 이유다.
먼저 배움을 실천하면 ‘인생 2모작’을 실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배움을 어렵고 힘든 고통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울러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사회참여 등을 하면 보람되고 자긍심이 높은 노년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명함이 있는 노후’를 설계해보면 많은 도움이 된다. 비록 직장이 없고 소득이 없더라도 몰입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그 일을 의미 있게 표현해 명함을 만드는 것이다. 명함이 있는 노후는 활력이 넘치는 노후를 약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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