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공화당 위스콘신주 경선에서 트럼프는 35.0%(개표율 98% 기준)를 득표해 48.3%를 얻은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에게 대패했다. NYT 등 미 언론들은 이번 결과가 첫 경선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트럼프가 크루즈 의원에게 진 이래 가장 충격적인 패배라고 평가했다.
위스콘신 경선 결과가 트럼프에게 뼈아픈 것은 이번 패배로 그가 자력으로 공화당 대선후보에 오르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위스콘신주 경선은 승자가 대의원 전체를 차지하는 승자독식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크루즈 후보는 이번 승리로 위스콘신 대의원 42명을 모두 가져가게 된다. 이로써 이날 선거 전까지 대의원 737명을 확보한 트럼프는 남은 경선에서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기 위한 대의원 과반수(1,237명)를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경선이 끝날 때까지 공화당 후보 중 아무도 매직넘버를 얻지 못하면 오는 7월 공화당 중재 전당대회에서 당 지도층이 대선후보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이 경우 공화당 주류세력이 아웃사이더로 기행을 일삼아온 트럼프보다 크루즈 의원이나 제3의 인물을 대선후보로 지명할 것이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트럼프의 이번 패배는 자책골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NYT는 그가 낙태여성을 처벌해야 한다는 ‘막말’을 한 데 이어 경쟁후보인 크루즈의 부인을 무차별 비난하고 캠프 매니저의 여기자 폭행사건까지 불거지면서 적지 않은 여성표가 이탈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또 한국과 일본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고 발언하는 등의 외교적 무지를 드러내면서 그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패배가 19일 뉴욕, 26일 동부 5개주 경선 등 남은 선거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도 트럼프에게는 문제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의 인기 고공행진이 위스콘신을 기점으로 꺾일 것으로 예측했다. 5일 공개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전국 지지도 조사에서도 트럼프는 39.5%를 얻어 크루즈 의원(35.2%)에게 바짝 쫓기고 있다. 크루즈 후보 역시 이날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밤이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남은 경선에서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다.
한편 민주당 위스콘신 경선에서는 샌더스 상원의원이 56.4%를 득표해 43.2%를 얻은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승리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승리로 최근 7개주 경선 가운데 6개주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누르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위스콘신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경선이 모두 ‘리셋(reset)’됐다”며 양당의 경선 결과 예측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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