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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둔화 공포] 한달도 못간 '옐런 훈풍'...돈, 안전자산으로 다시 몰린다

美 금리인상 연기 되레 "세계경제 취약"으로 해석

뉴욕증시 3대지수 1% 안팎 하락·스톡스도 1.9%↓

美·獨 국채수익률 떨어지고 금값은 1% 가까이 올라

위험자산 투자심리 냉각...신흥국시장 충격파 우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이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강력한 비둘기파 신호에 환호하던 금융시장에 다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엄습하고 있다. 투자가들이 신흥국 등 위험자산을 내던지고 안전자산으로 쏠릴 조짐을 보이면서 이른바 ‘옐런 훈풍’이 한 달도 안 돼 잦아드는 모양새다.

5일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1% 안팎으로 하락했고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지수는 1.9% 급락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주가지수는 이날 하루에만 1.8% 하락했다. 브라질 헤알화와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각각 1.53%, 1.4% 떨어지는 등 신흥국 통화도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다시 안전자산으로=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돈은 다시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4bp(1bp=0.01%포인트) 하락한 1.72%를 기록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0.08%까지 떨어지며 1년 전 사상 최저치에 불과 3bp 웃돌았다. 이날 영국 국채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가 큰데도 2년 만에 최고의 입찰기록을 세웠다.

엔·달러 환율도 한때 17개월 만에 달러당 109엔대로 하락(엔화 강세)했다.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는 통화 약세 요인인데도 불안감을 느낀 투자가들이 안전통화인 엔화를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금과 백금 가격도 1% 가까이 올랐다. 또 지난주 머니마켓펀드(MMF)에 순유입된 자금이 121억달러로 주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자산을 팔아 현금화하려는 투자가도 늘고 있다.

이 같은 자금 이동은 주요국 경제지표가 악화되자 시장도 뒤늦게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연기가 호재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탕기 르 사우 파이오니어투자 유럽채권부문 대표는 “(지난달 29일 연설에서) 옐런 의장은 글로벌, 해외, 달러라는 표현을 22번이나 사용했다”며 “그만큼 세계 경제가 취약하다는 뜻으로 시장이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돈 풀기에도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경기에도 이상신호=이날 발표된 3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3.1로 2월의 53.0과 비슷한 수준에 그치면서 경기 상승이 지속되지 않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유럽 경제의 기관차인 독일의 2월 공장 주문은 전월 대비 1.2% 줄면서 전문가 예상치인 0.2%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2월 미국 무역적자는 470억6,000만달러로 글로벌 수요 둔화 등의 여파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최근 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이상신호를 보이면서 올 1·4분기 성장률이 0%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CNBC와 무디스애널리스틱스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1·4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 중간값은 0.5%로 지난주 0.9%보다 더 낮아졌다. 연간 성장률 중간값도 1.1%에 그쳤다.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중국 경제구조 전환, 원자재 가격 약세 등의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너무 느리고 취약하다”며 “세계 경제전망은 지난 6개월 동안 약화되면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는 12일 연차총회에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다시 하향 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IMF는 올 1월에도 세계 성장률 예상치를 3.4%로 기존보다 0.2%포인트 내렸다.

◇신흥국 금융시장 충격 우려도=글로벌 성장둔화 우려에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이 또다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원자재 가격 하락, 저성장, 정정불안, 외채 급증 등의 고질병이 여전한데도 연준의 더딘 긴축 행보와 달러 약세 등에 힘입어 자산가격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올해 1·4분기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는 0.8% 상승에 그쳤지만 브라질, 터키, 멕시코 증시는 각각 15.5%, 16.1%, 6.8% 급등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제신용평가사에 의해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신흥국만 10여개에 이른다. 정부와 기업의 대외자금조달비용이 늘면서 경제체력이 더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최근 가격이 상승한 미국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에서도 투자가 이탈 신호가 나온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심각한 표정으로 시황을 분석하고 있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전 거래일보다 133.68포인트(0.75%) 하락한 1만7,603.32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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