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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득을 보는가?...난민·테러의 진정한 원인은

[신간]새로운 계급투쟁(슬라보예 지젝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최근 유럽을 휩쓸고 있는 시리아 난민 사태와 테러의 진정한 원인은 무엇일까. 이라크전쟁을 시작한 미국과 유럽, 혹은 기독교일까. 아니면 무자비한 IS나 전체로서의 이슬람일까.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세계적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하자고 말한다. 즉 ‘쿠이 보노?(Cui bono?)’다. ‘누가 이득을 보는가’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난민과 테러 사태에서 진짜 이익을 얻는 사람은 어떤 집단일까.

슬라보예 지젝이 난민과 테러의 원인을 분석한 책 ‘새로운 계급투쟁’(원제 Der neue klassenkampe)이 번역돼 나왔다. 지난해 12월 독일에서 첫 출간됐다. 앞선 그해 11월 프랑스 파리테러의 혼란 속에서다. 벨기에 브뤼셀 테러 등 사태가 더욱 악화된 사건에서 저자의 현실비판이 한층 엄중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난민과 테러의 근간에는 ‘계급투쟁’ 자리한다고 단정한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확대에 따라 빈부격차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정부는 기득권 중심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극단적인 행동들이 분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자본주의로 글로벌한 자본가들은 더욱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그런 와중에 약자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석유재벌과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위한 이라크전쟁이라는 재앙이 없었다면 이라크 수니파 잔당인 IS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유럽이 현재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한다. “난민의 주원인은 글로벌 자본주의와 그 지정학적 게임이다. 이를 철저히 바꾸지 않으면 머지않아 아프리카 난민에 이어 그리스와 다른 유럽 국가의 난민들이 그 뒤를 이을 것이다”라고 경고하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새로운 계급투쟁’ 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새로운 계급투쟁은 자본주의로부터 문화적, 자연적, 인간적 재화를 해방하는 ‘새롭고 보편적인 공산주의의 재발명’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다만 외국인과 이들의 문화를 맹목적으로 포용해선 안 된다. 대신 ‘모두가 의무적으로 지킬 최소한의 규범’을 만들고 관용은 이 규범 내에서 허용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는 ‘최소한의 규범’으로 종교의 자유, 집단적 폭력에 대항하는 개인적 자유의 보호, 여성인권 등을 꼽는다.

파리테러 후 나타난 전 세계인의 연대정신을 ‘윤리의 가면을 쓴 모욕에 지나지 않는다’고 규정한 저자는 “이제 우리는 계급투쟁을 다시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1만3,000원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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