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거제에 사는 50대 여성 A 씨는 2006년 이후 보험사에서 받은 수령액이 무려 3억5,000만원이다. A 씨의 자녀, 여동생 등 일가족 7명을 합치면 9년 동안 9억7,000여만원에 달한다. 이들이 가입한 보험 수만 20여 개, 9년 동안 입원한 일수는 4,300일에 달한다. 병원에 입원하면 입원일수에 따라 보험금이 중복으로 지급되는 점을 악용해 온 가족이 나서 허위 입원하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타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 병원 의사는 이들의 목적을 알고도 병원에 장기입원하도록 편의를 봐주기도 했다.
#B 씨는 입원 1일당 73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보험을 한 달 동안 9개 보험회사에서 가입했다. 내야 하는 보험금은 한 달에 160만 원이었지만 정작 B 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 B 씨의 목적은 오로지 보험금이다. 가벼운 질병으로도 전국 12개 병원을 돌아다니며 총 952일간 장기입원해 3억 2,000만 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이른바 ‘나이롱 환자’로 불리는 가짜 환자로 인한 지난해 보험금 사기액수가 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짧은 시간 안에 10여 건의 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하고 3∼4개월 이상 장기입원해 보험금을 중복해서 받는 수법이다. 대검찰청을 비롯한 관련 당국은 보험금 사기범의 도덕적 해이와 직접적인 경제 손실이 임계점에 달했다고 보고 힘을 합쳐 엄벌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
1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허위·과다입원 환자들이 거짓으로 타내다 적발된 금액은 모두 996억9,900만 원이다. 이는 2014년(735억1,300만원)보다 35.6% 늘어난 수치로 2014년에도 허위·과다 입원 적발액은 전년 대비 64.3%나 급증했다. 이 같은 분석은 최근 대검 주최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에서 열린 ‘보험범죄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워크숍’에서 나왔다.
발표자로 나선 송영상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장은 “허위·과다입원 보험사기 범죄는 6개월 이내에 평균 10.4건의 보장성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곧바로 입원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들은 무릎관절염 등 가벼운 질병으로 연간 144일 이상 입원한다”고 수법을 설명했다.
검찰과 금융감독원 등 관련 당국은 국내 보험사기 사건의 규모와 증가 추세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나이롱 환자’를 포함한 전체 보험사기 규모는 지난해 6,549억 원, 관련 인원은 8만3,431명이다. 이는 적발된 건수를 기준으로 한 수치로, 드러나지 않은 전체 보험사기 규모는 최대 적발 금액의 8배가량인 4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개별 가구의 보험 부담금 증가로 이어진다.
보험연구원은 2010년 실제 보험사기 규모를 3조4,000억 원 규모로 추산할 경우 1가구당 20만 원, 1인당 7만 원의 보험료가 추가 부담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검찰은 워크숍에서 관계 기관에 보험사기 적발 기법 등을 공유하는 등 기관 협력을 통해 보험사기범을 엄벌할 방침이다. 금융 당국도 앞서 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최로 보험사기 방지 관련 현장 실무자 간담회를 열고 정부 합동 보험범죄전담 합동대책반을 상설 조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험범죄전담 합동대책반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내에 2017년 말까지 한시 조직으로 구성돼 있으며 검찰과 경찰·국토부·금감원·심평원·건보공단·보험협회·근로복지공단이 참여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이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공조수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보험사기를 무겁게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험 사기방지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9월 30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정부 유관기관이 협업해 보험사기를 사전에 적발하고, 보험사기를 저지른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엄중히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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