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던 정부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여야정은 25일 한중 FTA 비준을 위한 실무 단위 협상조차 열지 못했다. 정부가 회의 일정을 일방적으로 언론에 공개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이 "합의한 적 없다. 무례한 짓"이라며 회의 파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현재 여야정은 새정연이 한중 FTA 국회 비준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무역이득공유제와 피해보전직불 보전비율 인상, 농수산 정책금리 인하, 밭직불금 인상, 농사용 전기요금 인하 등 5개의 안건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무역이득공유제의 경우 정부가 대안으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을 통해 기업으로부터 기금을 마련하고 FTA 체결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농어민에게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이 "농어민 대신 중소기업 지원에 방점이 찍힐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나머지 4개의 안건에 대해서도 정부는 "충분한 피해보상을 하고 있다"며 직불금 확대나 정책금리 인하에 반대하는 등 야당과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오는 27일 본회의를 열어서라도 한중 FTA 국회비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간담회를 열고 "국민들이 경제 발목을 잡는 국회, 경제 발목을 잡는 정치권은 반드시 심판한다"며 "27일까지 국회가 처리해줘야 연내 비준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이날 문재인 새정연 대표를 마나 "FTA 비준 같은 경우는 시간을 놓치면 회복하기 어렵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연내에 발효되면 올해 1차 관세가 절감되고 내년 1월에 또 관세가 절감돼 지속적인 관세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야당은 12월1일과 2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한중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새정연 농해수위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12월1일이나 2일을 국회 비준의 마지노선으로 보고있다"며 "12월1일이나 2일 통과돼도 연내 발효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야당 역시 연내 발효가 안 되면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협상하려고 할 것"이라며 "정부도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조금 더 진전된 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27일은 물리적으로 촉박하고 12월1일이나 2일에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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