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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논란·조세회피 우려에 글로벌 M&A 줄줄이 무산

철도회사 캐나디언퍼시픽

美 연방철도청 등 반대기류에

노퍽서던과 합병계획 철회

英 대형이통사 M&A도 제동

"독과점 심화...엄격한 잣대를"

오바마 행정부서 태클 급증

대형 M&A 포기액 430조원

몸집 불리기와 비용절감을 위한 글로벌 대기업의 인수합병(M&A) 시도가 각국에서 이는 독점 논란과 조세회피 우려로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캐나다 철도회사인 캐나디언퍼시픽의 헌터 해리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인터뷰에서 노퍽서던과의 합병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노퍽서던은 북미 철도업계 매출 4위의 거대 회사다. 캐나디언퍼시픽 이사회는 지난주 말 이사회를 열어 합병 철회를 공식 결정했다고 해리슨 CEO는 밝혔다. 그는 “다른 철도업체와의 합병계획도 현재로서는 없다”며 당분간 경영 효율화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사는 지난해 11월 300억달러 규모의 합병계획을 발표했으나 BNSF와 유니언퍼시픽 등 경쟁사들은 메이저 철도회사 수가 현행 7개보다 줄어들 경우 독과점이 심화할 수 있다며 격렬히 반대해왔다. 미 연방철도청은 지난 1월 “양사 합병을 승인하더라도 안전장치를 둘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으며 미 법무부도 지난달 “양사 합병의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가세했다. 이처럼 기류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캐나디언퍼시픽은 합병추진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항복’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WSJ는 “캐나디언퍼시픽이 경쟁 철도업체와 해운사, 미국 정치권 등에서 불거진 ‘반독과점’ 여론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대형 이동통신사 간 합병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날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자국 이통업계 2위인 스리(Three)와 4위 업체인 O₂간 합병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합병 허가권자인 유럽연합(EU)에 전달했다. CMA는 양사 합병으로 이통사가 4개에서 3개로 줄면 영국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에 걸림돌이 될 것이며 이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EU는 다음달 19일께 양사 합병안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스리는 홍콩 최고 부호 리카싱이 소유한 허치슨왐포아의 자회사로 지난해 3월 O₂와의 합병계획을 밝힌 바 있다. 양사가 합병하면 기존 1위 업체인 브리티시텔레콤(BT)을 누르고 영국 최대 이통사에 등극하게 된다.

이처럼 철도와 이통업계가 동시에 합병 반대 여론에 부딪친 것은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큰 두 산업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표적 장치산업인 철도와 이동통신은 서비스 생산에 따른 추가 비용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특징 때문에 회사 몸집이 클수록 서비스 요금을 낮춰 경쟁사 고객을 빼앗아오는 데 유리해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독과점을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서비스 질 저하와 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독점 우려가 있는 산업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대형 M&A에 잇달아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의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 부문 인수 불허, 미국 이통사 스프린트의 T모바일 인수 불허,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 간 합병 불허 등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에는 조세회피 우려가 큰 제약사 화이자와 앨러건의 합병도 저지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 기업들이 포기한 대형 M&A는 총 3,700억달러(약 430조원) 규모이며 100억달러 이상 규모의 대형 M&A 무산 건수는 오바마 정부 들어 총 5건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1건)나 빌 클린턴 행정부(2건)를 크게 웃돌았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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