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참여정부’가 꾸려졌다. 20대 총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 손발을 맞췄던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 출신들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당선돼 소위 ‘탄돌이’라 불리는 의원들과 다르게 부산·경남 등 야권의 험지에서 10년 넘게 텃밭을 다진 당선자가 많아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호남 참패로 대선 포기 압박을 받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지원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친노 이미지 탈피에 주력하고 있는 김종인 당 대표와의 ‘결합 방정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산 북강서갑에서 승리를 거머쥔 전재수 당선자는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저는 4수 만에 당선이 됐다. 특정 계파와 특정 집단의 하수인 역할을 하기 위해 당선된 것이 아니다”라며 “그런 의미의 친노라면 친노이길 거부하겠다”고 설명했다. 전 당선자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제2부속실장을 지낸 후 2006년 부산 북구청장 선거, 18·19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4수 끝에 20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전 당선자 외에도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을 이긴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강병원(은평을),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황희(양천갑),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김경수(경남김해을),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꺾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종민(충남논산계룡금산군), 청와대 부대변인을 역임한 최인호(부산사하갑) 당선자 등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들이 많다.
이들 모두 ‘험지’에서 당선되거나 여당의 거물급을 꺾고 당선돼 당내 비노계나 국민의당 일각에서도 이들을 ‘친노’ 패권주의로 매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재수 당선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수도 없이 깨지고 넘어졌던 정신이 친노정신이라면 친노임을 자처하겠다”면서 “우리는 지역주의 타파의 선봉자이지 특정 계파로 몰고 가는 것은 구태”라고 설명했다.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이 정권교체를 위한 험지의 교두보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이들의 영향력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권 포기 압박을 받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됐다. 김경수 당선자는 “문재인 전 대표가 수도권 결집을 이뤄낸 측면이 있다”고 문 전 대표를 옹호했고 전 당선자도 “호남의 정당득표율을 보면 전국 정당득표율 평균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더민주의 20대 총선 정당득표율은 25.54%인데 광주의 정당득표율은 28.58%, 전북 32.26%, 전남 30.15%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특정 정파나 이념에 치우치면 안 된다”고 밝힌 뒤 비대위 2기 명단에 친노 인사를 배제하며 이들과의 신경전도 예고했다. 참여정부 출신 당선자들이 무조건 문재인 전 대표의 편에 선다면 김 대표와의 신경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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