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거래소 지주회사 체제 도입으로 시장 간 경쟁을 촉진하고 기업공개(IPO) 추진으로 우리 자본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였다. 이후 관련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해 9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19대 국회 막바지인 현재까지 여전히 계류돼 있다.
자본시장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 역할을 하는 거래소는 그 자체가 영리를 추구하는 경제 주체의 하나인 동시에 시장관리 및 자율규제 책임 등 공공성이 요구되는 특성을 지닌다. 영리성과 공공성이라는 서로 상충돼 보이는 요소를 조화롭게 운영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특유의 자율규제 체계를 발전시켜왔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일본거래소그룹(JPX)은 IPO를 추진하면서 이해 상충 방지 요청이 늘어나자 거래소와 독립된 비영리기관을 설립해 자율규제 권한을 수행하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거래소는 영리성과 공공성의 조화를 추구해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거래소 내 조직인 시장감시위원회에서 증권시장 자율규제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시장감시위원회의 공정한 운영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법에서 위원 구성 및 선임·해임 등에 관해 거래소로부터 일정 부분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와 비교해보면 독립성 보장이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거래소 자체의 발전뿐 아니라 시장의 건전성과 공공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자율규제법인인 ‘시장감시법인’의 설립이 대표적이다. 이는 미국(NYSE-R)이나 일본(JPX-R) 등의 선진사례를 참조한 제도로, 거래소와 분리된 전문기구를 통해 자율규제 기능을 전담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이사회 구성, 의사결정 및 업무 수행방식 등 모든 면에서 현재보다 시장에서 요구되는 공공성을 한층 제고하고 있다.
공공성이 강화된 시장감시법인은 시장의 건전성과 신뢰도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감시법인이 거래소와 분리돼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선진적인 이해 상충 방지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율규제만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운영될 경우 전문성도 대폭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국경 간 또는 장내외 시장 간 연계 불공정거래 확산 등 급속한 환경변화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해 체계적이고 폭넓은 투자자보호 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후 여러 논의를 거쳐 거래소 지주회사 개편 등 본질적 내용에는 합의에 도달했음에도 부수적인 쟁점 등으로 인해 국회에서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마치 짙은 구름이 모여 있으나 아직 비가 내리지 않는 ‘밀운불우(密雲不雨)’의 형국인 셈이다.
현재 논의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거래소 간 경쟁 강화를 통한 시장 효율성 제고뿐 아니라 자율규제 공공성 강화와 시장 건전성 향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하루빨리 여야 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 우리 자본시장의 경쟁력과 건전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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