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과 왼쪽 다리가 없는 1급 장애인인 윤경철(57) 천수만씨푸드 대표. 윤 대표가 거친 바다를 헤치면서 바다송어 양식 기술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365일 바다송어 양식에 도전하고 있다.
윤 대표는 지난 2013년 서해안 최초로 천수만에서 송어 바다 양식에 성공하며 의지의 한국인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송어는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기가 되면 강으로 돌아와 주로 찬 계곡 물에서 양식되는 민물 어종인데 윤 대표가 바다 양식에 성공한 것.
2014년에는 일본으로의 수출길까지 확보해 천수만 송어가 일본인 식탁에까지 오르고 있기도 하다.
윤 대표가 1급 장애인이 된 것은 전기기사로 일하던 1982년. 2만2,900V 고압선에 감전되는 사고를 당했고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수십 차례 넘긴 끝에 두 팔과 다리 한쪽을 잃고 말았다.
사고 후 윤 대표는 서울 생활을 접고 충남 홍성으로 귀향해 농사와 농산물 유통업을 하며 생계를 이었고 그러던 중 지인들과 함께 처음 먹어본 송어 맛에 반해 송어 양식에 뛰어들었다.
송어 양식 20년이 지날 즈음인 2008년 바다에서 송어를 양식해보자는 불가능할지도 모를 생각을 했고 이후 의족과 의수를 한 불편한 몸으로 매일 바다로 나가 바닷물을 집으로 퍼 나르며 양식 실험에 나섰다.
윤 대표는 “외국 연구 결과를 주변 사람들에게 번역을 부탁해 밤낮으로 공부하면서 오전5시30분에 일어나 바닷물을 떠와 집에서 송어 양식을 줄기차게 시도했다”며 “송어가 폐사하면 또다시 바닷물을 떠 오며 연구에 매달렸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태풍이 오는 날에도 직접 돌아다니면서 최상의 양식장 위치도 찾아다녔고 오랜 연구와 시도 끝에 점차 염도를 높여가는 방식으로 송어를 바닷물에 적응시키는 순치 과정으로 바다 양식에 결국 성공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미친놈 소리까지 들었고 바다를 연구한 박사들에게도 서해안 바닷물은 너무 탁해 안 된다는 절망적인 얘기도 들었다. 그러나 그는 ‘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놓았다.
윤 대표의 이 같은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담긴 바다송어는 민물송어보다 육질이 더 뛰어나고 비린 맛도 없는 최상의 품질로 평가받고 있다. 수십 차례 무료 시식회를 열어 바다송어의 뛰어난 육질을 직접 맛보도록 했고 어촌계 어민들을 따라다니며 설명회도 열어 판로 개척에도 성공했다.
윤 대표는 보령시의 지원을 받아 오는 5월 순치장을 착공한다. 양식 기술도 안정화돼 순치장이 완공되면 365일 바다송어를 양식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표는 “민물송어는 치어에서 출하까지 1년 반 정도가 걸리지만 바다송어는 6개월 정도면 출하가 가능해 소득 증대에 유리하다”며 “바다송어 전문 음식점을 열고 보령시와 손잡고 바다송어 축제를 개최해 전 국민이 바다송어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보령=박희윤기자 h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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