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承服)과 함께 앞으로 야당과의 협력을 통해 남은 임기 동안 주요 국정과제를 마무리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지극히 당연하며 원칙론적 수준의 언급이다. 물론 이날 발언에 대해 야권, 심지어 여권 내에서조차 박근혜 정부의 ‘중간평가’ 의미가 담겨 있는 만큼 청와대 심판론을 애써 피해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책임소재만 따질 만큼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4·13총선으로 형성된 새 정치지형은 20대 국회 임기 내내 정국이 불안할 것임을 예고한다. 내년 대통령선거까지 정치과잉과 혼란이 우려되고 누가 되든지 2018년 출범하는 신정부도 임기 5년 중 전반기 2년은 국정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 흐름에서 이번 총선 결과가 가져온 3당 체제에 따른 정치혼란과 이 과정에서 초래되는 국정공백을 막는 것은 정치권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안은 숙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본다. ‘총선 민심’을 반영해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는 주더라도 경제 회생을 위한 4대 구조개혁 등이 중단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은 마땅한 논리적 귀결이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야권도 총선에서 망외의 성공을 거둔 만큼 이제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실질적 대안을 갖고 ‘경제살리기’에 동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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