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부터 시행된 주택 매입 취득세의 구간별 차별화가 ‘다운계약서’ 작성 등 탈법으로 연결될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이 2014년 초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시 아파트 실거래량 20만4,812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취득세율이 1%포인트가량 상승하는 구간 바로 전 단계에서 계약이 급작스레 증가하는 모양새가 나타난 것이다. 현재 6억원과 9억원을 초과할 경우 세율이 높아지는데 이것을 피하기 위해 5억9,000만원대와 8억9,000만원대에 거래가 집중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6억원과 9억원 턱걸이에 거래 쏠림 현상 심화=현재 주택 매입 취득세 세율은 지방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85㎡ 초과) 등을 포함하면 △6억원 미만 1.1%(85㎡ 이하)·1.3%(85㎡ 초과) △6억∼9억원 이하 2.2%·2.4% △9억원 초과 3.3%·3.5% 등이다. 이에 따라 9억원 85㎡ 초과 주택 취득세는 2,160만원이지만 9억1원 취득세는 3,150만원으로 약 1,000만원 더 내야 한다. 6억원 구간도 급증해서 85㎡ 초과 주택 6억원 취득 시에는 세금이 780만원이지만 6억1원은 1,440만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하는 구조다.
서울경제신문이 2014년 초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시 아파트 실거래량 20만4,812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취득세율이 각 1%포인트가량 점프하는 6억원·9억원에 근처에서 거래가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했다.
실제 9억원 근처 구간의 경우 △8억7,000만원 초과~8억 8,000만원 이하는 562건 △8억8,000만원 초과~8억9,000만원 이하는 568건에 불과했다. 반면 8억9,000만원 초과~9억원 이하는 1,477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9억원을 넘어서서는 91건(9억원 초과~9억1,000만원 이하)으로 확 줄었다가 뒤로 갈수록 거래량이 서서히 늘었다.
6억원 구간도 마찬가지다. 5억7,000만원 초과~5억8,000만원 이하와 5억8,000만원 초과~5억9,000만원 이하는 각각 1,965건과 1,771건이다. 하지만 5억9,000만원~6억원은 4,102건으로 거래량이 2배 이상 뛰었다.
한 단지로 좁혀봐도 이런 추세는 확연했다. 강남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전용 112㎡는 2013년 7월~2014년 6월 동안 8억9,000만원 초과~9억원 이하 사이에는 16건(9억원 13건) 거래가 있었으나 9억원 초과~9억4,000만원 이하는 단 3건이었다.
◇단일세나 초과 누진세로 바꿔야=이렇다 보니 취득세 구간별 차별화가 다운계약서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 아파트 A 공인 대표는 “취득세 수백만원이 훌쩍 뛰어버리는 ‘턱걸이’ 구간이면 한 단계 아래로 내려오고 싶은 유혹이 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택 매입 시 적용되는 취득세 구간별 차별화는 부동산 취득세 중에서도 유일무이하다. 다른 거래의 경우 모두 단일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구간별 차별화는 주택 거래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위해 2011년 1월 취득세에 감면을 적용해 9억원 이하와 9억원 초과의 세금을 달리 받은 게 시초이다. 이것이 2013년 12월26일 세법개정으로 표준세율을 구간별 누진세로 바꾸기에 이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구간별 차별화가 아닌 단일세율이나 근로소득세 같은 초과 누진세율로 바꿔야 거래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의 2011~2013년 주택 거래량을 분석한 연구보고서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주만수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 매입 취득세율은 세율 자체에서 점프가 생기는 유일무이한 세제”며 “국민들로 하여금 탈세 유혹에 빠지게 하는 건 나쁜 제도”라고 말했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