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원유철 비상대책위원장을 구원투수로 내세웠지만 당내 소장파의 제동으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소장파가 ‘원유철 비대위원장 불가’를 외치며 당내 개혁을 요구하고 나서자 원 비대위원장이 속한 친박계마저 불가론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원 비대위원장은 ‘조건부 사퇴’를 약속하며 한발 물러섰지만 소장파가 ‘원유철 완전 퇴진’을 주장하고 있어 당내 내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친박·비박 간 계파갈등의 분수령이 될 ‘유승민 복당’이 가시화돼 당내 혼란은 더 확산될 분위기다.
원유철 비대위원장은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현재 비상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하루빨리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선출된 신임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원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원내대표단 오찬을 주재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등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초·재선 의원 8명으로 구성된 ‘새누리 혁신모임’이 같은 날 대책회의를 열고 ‘원유철 비대위원장직 불가’를 담은 연판장을 돌리기로 하자 하루 만에 후퇴했다. 이에 따라 원 비대위원장은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할 오는 5월 초까지 비대위를 꾸린 뒤 물러날 계획이다.
하지만 혁신모임은 ‘꼼수’라며 반발했다. 비대위 구성 권한도 차기 원내대표에 넘겨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혁신모임 간사를 맡은 황영철 의원은 “사퇴할 비대위원장이 비대위를 꾸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며 “원유철 비대위원장이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를 구성하고 비대위원장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현재 이러한 절차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비난했다. 혁신모임은 이른 시일 내에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총회를 열고 총회에서 비대위 구성 등 당 혁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안팎의 비난에 공론화를 자제하던 ‘탈당파 복당 문제’도 재점화됐다. 정체성 문제로 공천에서 배제된 유승민 의원은 이날 대구시당에 복당을 위한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탈당한 지 27일 만이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유 의원의 복당에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고 비박계는 유 의원을 배제하기 위한 선별적 복당에 반대하고 있다. 유 의원의 복당이 막힐 경우 계파 간 갈등은 폭발할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예상이다. 유 의원의 복당 여부는 중앙당에서 안상수·윤상현 의원 복당 안건과 함께 결정될 예정이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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