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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로스쿨 존재의의 뿌리째 흔드는 음서제 의혹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전현직 대법관 등 고위 법조인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에 휩싸였다. 이들 법조인 자녀가 로스쿨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자기소개서에 부모의 직업 등 이른바 부모 스펙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불공정 입학을 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사례가 단지 몇 건이 아니라 로스쿨당 20~30건, 전체로는 수백 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면서 파장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전국법과대학교수회,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뿐 아니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까지 철저한 진상규명과 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번 불공정 입학 의혹이 로스쿨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로스쿨당 불공정 사례 20~30건을 전국 25개 로스쿨로 확대하면 700여건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숫자다. 그것도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노골적으로 드러낸 경우만 이 정도다. 여기에 은밀한 청탁이 이뤄진 경우까지 합하면 실제 불공정 입학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에도 로스쿨은 입학과정이 불투명해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다분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법학적성시험(LEET)성적, 학사성적 등으로 서류전형 합격자를 추린 뒤 심층면접 등 정성평가를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게 되는데 정성평가에서 평가자의 재량권이 발휘될 여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1차 서류전형에서 다양한 자의적 기준이 작용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입학과정이 이처럼 불투명하니 법조 귀족들이 기득권을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번 부정입학 의혹을 조사해온 교육부는 조사 결과 발표를 늦추거나 결코 사건을 축소하려 해서는 안 된다. 로스쿨 제도를 폐지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 낱낱이 그 결과를 공개해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썩은 환부를 도려내는 것만이 로스쿨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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