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불법 여론조사 적발사례를 보면 도를 넘는 것이 한두 건이 아니다. 한 여론조사 업체는 인구 수 비율을 조정하고 전화번호를 중복 사용해 4위 후보를 2위로, 1위 후보를 4위로 바꿔놓았다. 20대의 조사 비율을 낮추고 60대를 높이는 방법으로 여론을 조작했다. 특정 사이트의 회원을 집중 조사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심지어 부산에서 한 교수는 특정 예비후보를 위해 아예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고도 허위 결과를 언론사에 배포했다가 적발됐을 정도다.
그렇지 않아도 여론조사를 못 믿겠다는 유권자들이 절대적으로 많은 게 우리 현실이다. 유선전화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유선전화 위주로 여론조사가 이뤄지니 응답률이 점점 더 낮아지고 젊은 층의 참여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반면 50~60대는 과도하게 표본으로 뽑혀 보수적 응답률이 올라가게 된다. 이번 총선 여론조사에서도 휴대폰 샘플은 평균 4.2%에 그쳤다. 이러니 여론조사 결과가 왜곡되면서 실제 선거 결과와는 판이하게 나오는 것이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을 더 이상 그대로 놓아둘 수는 없다. 더구나 불법까지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전면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선거기간에만 ‘떴다방’처럼 늘어나는 여론조사 기관의 공신력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휴대폰 샘플 수 확대와 설문문항 표준화 등 조사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혼란만 초래하는 여론조사라면 굳이 할 이유가 없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