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에 큰 부담이 돼온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비 증가세가 지난 2014년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 비급여 부담이 1년 전보다 4,200억원가량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21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4년 건보 비급여 진료비는 11조2,253억원으로 1년 전보다 0.5%(536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등 두 가지 핵심 비급여 부담이 1조7,624억원으로 4,208억원(19%) 감소한 덕분이다. 둘을 뺀 나머지 비급여 부담이 9조4,629억원으로 4,744억원(5%)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양대 비급여 부담이 줄어든 것은 보건복지부가 선택진료비 총 규모를 전년보다 35% 줄이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상급병실료 대상을 1∼5인실에서 1∼3인실로 축소한 결과다. 두 비급여 부담이 줄어든 것도, 전체 비급여 부담증가율이 1%를 밑돈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의 약발이 먹힌 셈이다. 2013년에는 두 비급여 부담이 전년보다 9%(1,842억원), 전체 비급여 진료비가 11%(1조2,353억원) 증가했다. 다만 두 비급여 부담 감소액은 복지부가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애초 예상했던 7,327억원보다는 3,119억원 적었다.
줄어든 양대 비급여 부담은 대부분 건강보험재정으로, 그리고 일부는 환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으로 이동했다. 복지부가 줄어든 의료기관의 수입을 건강보험 급여항목 수가(酬價)인상 등을 통해 보전해줬기 때문이다. 건보 진료비가 54조4,482억원으로 1년새 3조4,521억원(6.77%) 늘어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2015년에도 비급여 진료비 증가세가 ‘일단 멈춤’ 상태일까. 2014년처럼 극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 양대 비급여 항목에서 추가로 줄어드는 부담이 복지부 추계로도 2,782억원(선택진료비 2,212억원·상급병실료 570억원)에 그치고 4대 중증질환 등에 대한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줄어드는 환자 부담이 2014년의 절반 수준인 4,585억원으로 줄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비급여 진료비 비중이 2013년 62%, 2014년 63.2%에서 2015년엔 64%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환자들의 비용부담이 큰 것부터 주요 비급여 항목들을 빠르게 급여항목으로 전환하고 있어 비급여 진료비 증가세가 현저히 꺾였다고 본다”며 “의료계가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늘릴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인당 고액진료비 상위 30위권 질환의 2014년 건보 보장률은 77.4%로 전년보다 1.7% 상승했다. 지난해말 의료법 개정을 계기로 복지부가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고삐를 죄기로 한 것도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건보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비급여 진료비 분석은 1,413개 병의원·약국이 2014년 12월 외래·입원·퇴원환자 등에게 발행한 영수증 내역을 조사해 얻은 결과다. 연구원은 건보 보장률 등을 파악하기 위해 2004년부터 매년 이런 방식으로 건보 급여대상·비급여 진료비 내역을 조사해왔다. 미용 목적의 성형·시력교정술(라식 등)·치열교정, 건강검진 등을 뺀 치료 목적의 진료비만 집계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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