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점을 가면 노랑, 분홍 색깔의 책 표지들이 자주 보인다.”(A 출판사 대표).
“과거에는 하얀색 표지가 일반적이었는데, 요즘 들어 책 표지 색깔이 화려해지는 등 출판사에서 과감한 시도를 하는 것 같다.”(B 출판사 편집자)
서점가의 매대를 장식하는 책들의 표지가 화려해지고 있다. 표지 색깔을 화려하게 꾸미거나, 예스러움을 살려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눈에 띄는’ 책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24일 서울경제신문이 찾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는 다양한 색감의 표지를 덧댄 책들이 놓여 있었다. 노랑, 분홍, 파랑. 문학, 역사서, 에세이, 경제·경영, 과학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교보문고 신간 매대 위에 있는 책 표지는 마치 다양한 색깔의 물감으로 수놓은 듯 화려했다.
이런 흐름은 스마트폰 사용이 활발해 지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눈과 귀를 자극하는 영상 매체와 경쟁하게 되면서 일단 어떻게든 독자들의 눈에 띄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대형서점의 한 관계자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상매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출판사가 마련한 자구책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출판사들은 표지 색깔이 맘에 들지 않을 경우 신간 출간 날짜를 연기하기도 하고, 원하는 표지 색깔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인쇄를 하면서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표지 색깔뿐 아니라 책 자체를 눈에 띄게 만들어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경우도 생긴다.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윤동주 유고시집’, 백석 시인의 ‘초판본 사슴’, ‘초판본 진달래꽃 : 김소월 시집’ 등이 대표적인 예다. 예스러움을 살린 초판본은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고, 실제 이들 시집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그동안 출판가에 원색 표지가 없었던 건 아니었으나, 대체로는 책을 엄숙한 매체로 여기는 분위기 때문에 출판사는 주로 하얀색 표지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디지털 영상매체의 시대는 엄숙주의의 입지를 크게 축소시켰다. 대형출판사 관계자는 “다양한 매체와 경쟁하면서 출판사들은 어떻게든 책 판매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눈에 띄어야 한다는 생각에 좀 더 화려하고 과감한 색깔로 표지를 꾸미고 소장용 책을 만드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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