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골프 기대주 이수민(23·CJ오쇼핑)이 6개 대회 출전 만에 유럽프로골프 투어 생애 첫 승을 올렸다. 이수민은 25일 중국 광둥성 선전의 건존GC(파72·7,145야드)에서 끝난 유럽 투어 선전 인터내셔널에서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66-65-70-71)를 기록, 공동 2위 요스트 루이튼(네덜란드)과 브랜든 스톤(남아공·이상 14언더파)을 2타 차로 따돌렸다.
대회 첫날부터 내리 선두를 달린 끝에 ‘와이어 투 와이어’로 정상에 오른 이수민은 이로써 유럽 투어에서 우승한 7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앞서 최경주(46·SK텔레콤)와 위창수, 양용은, 노승열, 정연진이 정상 고지를 밟았고 최근에는 안병훈(25·CJ)이 지난해 5월 BMW PGA 챔피언십을 제패했다.
41만2,353유로(약 5억3,000만원)의 우승상금을 받은 이수민은 특히 2018시즌까지 유럽 투어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지난 2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메이뱅크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조건부 출전권을 받았던 그는 출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승 샷’을 날렸다. 이수민은 또 세계랭킹을 128위에서 75위권으로 끌어 올려 8월 리우 올림픽 참가도 바라보게 됐다. 한국 대표로는 2명이 올림픽에 나가며 이날 현재 안병훈이 31위, 김경태가 62위에 올라 있다.
최종라운드는 1박2일로 진행됐다. 전날 악천후 탓에 경기가 일몰로 순연돼 이날 오전 이수민은 잔여 5개 홀을 치렀다. 중단되기 전 이수민은 리 슬래터리(잉글랜드), 알렉산더 레비(프랑스)와 나란히 공동 선두여서 우승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15번홀을 파로 마친 이수민은 공동 1위이던 16번홀(파3) 버디로 앞서 나간 뒤 17번홀(파5) 이글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18번홀(파4)에서는 보기로 1타를 잃었으나 이미 승부의 추가 기울어진 뒤였다. 참가자 중 4위로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버바 왓슨(미국)은 공동 8위(10언더파)로 마감했다.
결과적으로 경기 중단이 이수민에게 약이 됐다. 그는 전날 3라운드를 3타 차 선두로 출발했지만 첫 홀 보기와 7번홀 더블보기로 한 때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우승이 가까울수록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수민은 경기 후 “(2타 차 선두로 나섰다가 막판 더블보기 2개를 범해 준우승한) 2월 메이뱅크에서 긴장해 좋은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어제는 진짜 많이 긴장됐다”면서 “오늘 경기가 재개되기 전까지 생각할 시간이 많았던 게 좋게 작용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유럽 투어에서 뛰고 싶었기 때문에 매우 기쁘고 흥분된다”고 말했다.
강원 평창 출신인 이수민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한 유망주였다. 2013년에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군산CC 오픈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하기도 했다. KPGA 투어에 데뷔한 지난해에는 다시 군산CC 오픈을 제패하는 진기록을 남기며 상금 3위에 올랐고 신인상을 받았다. 아버지 이정열씨가 스키선수를 거쳐 대한스키지도자연맹 이사인 스포츠 가족 출신이기도 하다. 드라이버 샷을 평균 280야드 정도 날리는 이수민은 자신의 장점으로 퍼트를 꼽는다. 이수민은 곧장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해 오는 28일 개막하는 유럽 투어 볼보 차이나 오픈에 출격한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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