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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혁신에 실패하는 리더는 남다르다?

< 22 > 급변하는 환경 대처하려면

원칙 준수 목적 무엇인가 자문

고객 위한 방향으로 바꿔야

전례·경쟁자만 뒤따르지 말고

현장서 새로운 길 도전하길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이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다만 변한다는 사실만이 변하지 않을 뿐이다.”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한 말이다. 만물의 근원은 불이라고 생각한 그에게 세상은 변화의 연속이다. 불의 형태가 잠시라도 고정된 형태로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비즈니스 환경은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 일정한 사이클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순간, 안이한 대처로 인해 한 방에 날아간다. 내부적으로 끊임없는 혁신을 계속해야 하는 것은 외부환경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에 대처한 유일한 방법은 혁신이다. 내부적으로 혁신을 계속하지 않는 조직은 외부에 의해서 혁신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혁신에 실패하는 리더는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일까. 지금부터 혁신에 확실하게 실패하는 비법을 공개한다.

첫째, “원칙대로 해라.” 원칙의 존립 목적 자체를 망각한 채 그것을 지키려고 하면 문제가 반드시 발생한다. 원숭이들이 “도토리를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달라”고 하면 주인은 “아침 3개 저녁 4개”라는 원칙을 고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 조삼모사와 조사모삼은 같은 정책이 아니다. 세상에 반드시 조삼모사여야 할 원칙이 반드시 있는 것은 아니다. 설령 그랬다고 하더라도 고객이 원하면 원하는 대로 원칙을 바꿔야 한다.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신주 단지처럼 모시는 원칙이 사실은 원칙이 아닐 때가 많다. 우리는 항상 “내가 원칙을 지키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둘째,“전례대로 해라.” 장터에 신발을 사러 간 사람이 있었다. 마음에 드는 신발을 찾았다. 아뿔사! 자신의 발 사이즈를 정확하게 재 둔 줄을 집에 놔두고 온 사실을 알게 된다. “여보시오, 내가 이 신발이 정말로 맘에 드오. 집에 가서 빨리 그 줄을 찾아올 테니 그때까지 팔지 말고 기다려 주시오!” 신발장수 왈, “아니 지금 바로 여기서 신어 보면 될 거 아니오? 거 참 별 웃기는 사람 다 보겠네! 팔리고 난 뒤 딴소리하지나 마시오!” 끝내 그 줄을 가지러 기어이 집에 갔다 오고야 만다. 왜? 정확하게 재 논 그 줄을 대 보는 것이 정확성을 기하는 데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집에 갔다 와보니 어떻게 됐을까. 당연히 그 신발은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 중국 철학자 한비자가 말하는 우화다. 이런 사람 세상에 없다고? 천만의 말씀! 일이 터지기만 하면 전례를 찾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이들이다. 혁신은 현장에서 일어난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셋째, “남들 따라 해라.” 우리는 경쟁자가 뭘 하고 있는지에 항상 관심이 많다. 경쟁사가 하는 것은 다 좋아 보인다. 특히 히트 상품이 경쟁사에서 나와서 시장을 휩쓸고 있으면 그거 따라 하기 바쁘다. 미팅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나오면 “야! 딴 회사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부터 알아봐라. 남들이 하면 하고 안 하면 하지 마라! 다 이유가 있지 않겠어!” 오죽하면 유행이 판치는 패션업계에서는 특허라는 개념조차 없을까. 서로가 다 베끼니까. 금융상품들도 보면 대개 다 비슷비슷하다. 일급회사는 경쟁회사보다 더 고객만족을 제공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나는 오늘 어제보다 고객을 더 만족시키고 있는가.”

뭔가 새롭게 해보려고 노력하는 부하에게 이런 말은 던진 적은 없는가. “그래 가지고 그게 잘 되겠냐?” “그거 옛날에 다 해 본 거야! 아, 참 자네 입사하기 전 이야기구먼!” “그거 데이터 있냐?” 혁신이라는 것은 처음 해보는 거라서 원래 데이터가 없는 것이다. 빅데이터든 스몰데이터든 없는 거다. 잘 못될 확률만 계산하면 하던대로만 하는 게 제일 안전한 선택이다. 그래서 또 새로운 시도를 미룬다. 전에 실패했다고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또 실패하리라는 법은 없다.

항상 부하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말을 하라. “그래 힘들지. 또 한 번 해보자! 우리의 미래는 밝다. 지금까지 힘든 것보다 더 힘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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