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대한 강한 불신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서다. 박 대통령은 정쟁으로 시급한 민생법안 통과를 미뤄 온 국회에 대해 한결같이 불만을 토로해 왔는데, 이번에도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국회를 작심 비판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중요한 민생관련) 법안에 대해 야당 대표가 바뀔 때마다 청와대에 초청해 ‘이러이러한 이유로 꼭 필요한 법안이니 꼭 (처리)해 주세요’라고 얘기했지만 그 다음에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여당도) 원내대표가 바뀌면 만나서 주요 법안처리를 부탁했지만 그 다음에 또 안 됐다”며 “그러니까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3년을 끌어 온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같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법안에 대해 국회가 제출된 지 1,500여일이 지나도 처리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국회를 강하게 질타해왔다. 이날 발언도 일하지 않는 국회를 다시 한 번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활성화 대책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작심한 듯 국회를 비판했다. 국회가 법안처리를 해 주지 않으면서 박 대통령은 급한대로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들만 할 수 밖에 없다는 답답한 상황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해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파견법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박 대통령은 “파견법 같은 것만 해도 자영업자 대책이 된다고 회의 때마다 얘기했는데 (국회가 반대해) 거의 안 됐다”고 토로했다. 박 대통령의 인식은 직장인들이 정년은퇴 후에도 일정 수입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대부분 자영업에 뛰어드는 구조이고, 이들 중 대부분이 창업이 쉬운 치킨집 등을 운영하는데 경쟁이 심해 2~3년만에 어려움을 겪다 퇴직금을 전부 날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파견법을 통해 이전 직장에서 배운 노하우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다른 업종으로 쉽게 취직이 되도록 하자는 게 파견법인데, 야당이 내용의 본질은 보지 않고 반대만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파견법 등과 같은 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은퇴 후에도 보람찬 삶을 살아야 되는데 그게 막혀 있다”며 “할 수 있는 게 자영업으로 치킨집이라든가 할 수 있는 게 뻔하지 않느냐. 전부 그쪽으로 몰려가다 보니까 레드오션이 돼가지고 그냥 얼마 하다가 다 퇴직금 날리고 문 닫아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파견법은 중장년들이 식당이나 통닭집이나 이런 것만 하지 않고, 뿌리산업에도 가고, 다른 제조업도 가고, 서비스업도 가고 이렇게 해서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자는 것”이라며 “이런 게 근본적인 자영업 대책이지 다른 것으로 하면 대체요법밖에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꿈은 많고 의욕도 많고 어떻게든지 해보려고 했는데 (국회가 입법을 반대해) 거의 안됐다”며 “그냥 혼자 가만히 있으면 너무 기가 막히고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더 만족스러운 삶을 마련해주기 위해 대통령까지 하려고 했고, 열심히 밤잠 안 자고 고민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대통령이 돼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야당이 반대하니) 그렇게 해보고 싶은 것을 그냥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4·13총선 민의가 정부의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야당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일자리 창출 등은) 말로만 노력을 해서 되는 게 아니고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을 (국회가) 척척 풀어줘야 하는데 (국회가 협조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만 이렇게 저렇게 하고 세금을 낮춰주고 그런 것 해봤자 단기적인 일 밖에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이런 얘기를 또 하느냐’는 비난을 받아가면서도 그게 안 되면 이 큰 문제가 해결 안 되니까 계속 얘기하다가 지금까지 오고 말았다”며 “여기 모이신 분들이 많이 협력을 해주시고 알려주셔서 꼭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돼도 자기가 한 번 해보려는 것을 이렇게 못할 수가 있느냐”며 “(국회 협조 없이)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정책들만 하다 나중에 임기를 마치면 엄청난 한이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그렇게 애원하고 몇 년을 호소하고 했으면 (국회가) ‘그래 해 봐라. 그리고 책임은 지라’고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라며 “일단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켜 주고 나중에 잘못돼 욕을 먹더라도 한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협조를 구하기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대해서는 “국회와 정부가 계속 소통을 해가면서 일을 풀어나가는 것도 사안에 따라서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남은 19대 국회와 다가오는 20대 국회에서도 뭔가 조금 더 전향적으로 생각을 해서 협력해 줄 거는 해 주고, 좀 뭐가 일이 되도록 만나는 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저도 얼마든지 만날 의향이 있는데, 만나도 평행선으로 쭉 간다”며 국회와의 대화에 큰 기대는 걸지 않는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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