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건설사는 총 12건의 공사에 각각 낙찰 예정자를 미리 정하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전형적인 건설사 담합 행태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건설사들이 공공공사 입찰제한에서 벗어난 지 불과 8개월 만이라는 점이다. 국내 건설업계의 담합이 고질병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게 건설사 짬짜미 적발이다.
2012년부터 헤아려보더라도 굵직한 건설사 담합 사건만 이번까지 여섯 번째다. 4대강, 인천도시철도 2호선, 경인운하, 호남고속철도, 천연가스 주배관사업 등 다양하다. 건설사들이 물게 된 과징금만도 호남고속철도 4,355억원을 포함해 1조3,000억원을 웃돈다. 국내 건설업계는 여전히 담합→과징금→입찰제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건설사 대표들이 공정경쟁과 자정실천을 다짐하며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는데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이런 식이라면 국민이나 투자자들이 건설업계를 믿을 수 있겠는가. 담합 조장 여지가 있는 입찰절차 등 건설사에서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자정노력을 하는 와중에 수년 전 과오를 들춰내는 것도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도 원인 제공은 건설사들이 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동안 아무 문제의식 없이 담합을 관행으로 치부해오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부도 담합 유발 요인으로 지적되는 ‘1사1공구제’ 등 입찰제 전반을 점검한 후 손볼 것은 고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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