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6일은 미래의 역사서에 한반도의 남과 북을 극명히 가르는 모습으로 기록될 것이다. 정부는 28일 각의를 열어 다음달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로써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인 8일까지 나흘간의 황금연휴가 가능해졌다.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살리고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4대 고궁과 조선왕릉·수목원이 무료 개방되고 고속도로 통행료도 이날에 한해 면제하기로 했다. 벌써 여행사에 문의가 폭주하고 국내 관광지의 예약이 이미 90% 이상 차는 등 관광특수에 대한 기대로 전국이 들썩거리고 있다.
북한의 모습은 어떨까. 임시공휴일인 6일 노동당대회가 평양에서 열린다. 김일성 주석 시대인 1980년 6차 대회를 마지막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재임 중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대회를 36년 만에 개최하는 북한 정권의 목적은 분명하다. 북한 권부를 장악한 김정은을 할아버지·아버지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기 위한 정치행사인 것이다. 우상화 작업과 함께 ‘70일 전투’ 등으로 대회 준비에 동원된 주민들의 고통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물론 사실상 강제모금과 다름없는 성금까지 거둬들여 곳곳에서 민중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라고 한다.
6일 임시공휴일의 전혀 다른 모습은 주민과 남쪽을 향한 무력시위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당대회를 계기로 내부 결속 차원의 의도하에 5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공산이 크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미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에다 최근 들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까지 저지른 북한 정권이다. 그들의 무모함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임시공휴일 지정 국무회의가 끝난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별도 주재하면서 추가 핵실험 등 북한 도발에 대한 대비태세 점검에 나섰을 정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이웃으로서 반도에 전쟁과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북쪽에 경고하고 나섰다. 김정은 정권이 당대회에서 어떤 무시무시한 결론을 내리든 그것은 유원지에서 평화로운 휴일을 즐기는 남한 시민들의 웃음소리와 오버랩될 수밖에 없다. 사가(史家)들은 후일 이런 역설적 장면을 어떤 형용구로 묘사할지 궁금해진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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