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방문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수교 이후 처음인데 보다 활발한 교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양국이 경제관계는 물론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호혜적 협력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써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발행된 현지 국영 일간지 ‘이란(IRAN)’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힌 뒤 “앞으로 외교장관회의 정례화를 비롯해 고위 정치 레벨에서의 교류확대는 물론 양국 산업장관을 대표로 하는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를 활성화해 경제협력 가속화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대이란 제재가 해제되면서 양국 경제협력도 조속한 시일 내에 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에 실질협력 분야의 사업이 많이 협의돼 양국 간에 새로운 경제협력의 틀이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번 순방에는 중소·중견기업 146곳과 대기업 38곳, 경제단체·공공기관·병원 52곳 등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36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해 경제계의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제사절단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 대기업 회장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란은 지난 1월 서방의 경제제재가 해제된 후 5개년 경제개발계획 아래 연평균 8%대의 성장을 공언하며 신흥시장으로 떠올라 세계 각국의 시장 선점을 위한 쟁탈전이 치열하다. 경제계는 이번 순방을 계기로 우리 기업의 대이란 진출을 자극해 1980년대에 이어 ‘제2 중동붐’을 일으키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한국은 이란의 원유를 수입하고 이란은 한국의 산업용 원부자재를 주로 수입하는데 이란의 높은 교육열과 과학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정보통신기술(ICT), 보건의료, 에너지 신산업 등에서도 상호 협력의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과의 교역규모 복원은 물론 교역품목을 다변화하고 인프라·산업기반·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성장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란 핵협상 타결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란 핵협상 타결이 북핵 문제 해결에 주는 함의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며 “북한도 핵 개발이 아닌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야만 자신들이 원하는 안정과 번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하루속히 깨닫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발언은 국제사회와의 협상으로 이뤄진 이란 핵 문제 해결 방식을 북한 비핵화의 모델로 삼을 수 있을지를 연구 중이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동시에 이란이 서방 진영과의 협상을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사회로 복귀한 만큼 이란식 핵 해법 사례를 들어 북한의 핵 개발 포기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핵 개발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변화시키지 않고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조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깨닫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헤란=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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