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거물 펀드매니저 쉬샹이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된 사실이 수개월 만에 확인됐다. 중국 당국이 검거한 지 수개월이 지난 증시 거물급 인사의 공식 체포 사실을 뒤늦게 공표한 것은 최근 중국 원자재선물시장의 투기 조짐과 중국 상하이A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 편입심사를 겨냥한 의도적인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제만보 등 중국 매체들은 지난해 11월 할머니의 100세 생일잔치에 참석하려고 저장성 닝보로 가던 중 고속도로에서 경찰에 검거됐던 쉬샹의 체포가 최근 공식 승인됐다고 1일 일제히 보도했다. 그와 함께 시세조종 혐의로 조사를 받아온 청보밍 중신증권 사장과 중개업발전위원회 행정책임자 류쥔 등도 공식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발표됐다.
‘주식의 신’ ‘사모펀드 황제’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쉬샹이 체포된 공식 혐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시세조종과 내부자거래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17세에 3만위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한 쉬샹은 40세에 개인자산을 40억위안(약 7,200억원) 규모로 키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언론과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쉬샹은 지난해 여름 중국증시 폭락사태 과정에서 불법거래에 관여한 혐의로 11월 중국 당국에 전격 검거돼 시장교란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한순간에 몰락했다. 중국 매체들은 쉬샹이 회사 자산규모를 수백억위안으로 늘리는 데 고위층 자제들의 모임인 ‘태자당’ 등 권력의 비호를 받았다는 보도를 쏟아냈지만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지난해 여름 증시폭락의 희생양을 찾는 과정에서 쉬샹을 체포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았다. 쉬샹이 대표로 있던 쩌시투자관리유한공사는 현재 사실상 영업정지 상태로 알려졌다.
그의 검거 이유와 마찬가지로 이번 체포 발표 배경을 놓고도 시장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개월 전 검거된 쉬샹의 공식 체포 발표가 오는 6월 중국A증시의 MSCI 편입 결정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당국이 외국인투자가를 포함해 증시 참여자의 이익을 적극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재확인해줬다는 분석이다. 최근 상하이원자재선물시장 등이 급등하면서 투기꾼이 다시 준동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장에 미리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금융당국은 최근 투기 조짐이 일고 있는 상하이·다롄·정저우상품선물거래소에서 엄격한 규제조치를 도입하는 한편 투기 가능성이 큰 거래를 엄격히 단속할 방침이라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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