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녹고 있다” 거나 “소중한 지구를 살리자”는 말은 너무 먼 나라 얘기로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너무 커서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서울을 뒤덮어 목이 따갑고, 이상고온 현상으로 땀이 뻘뻘 나는 날씨로 몸이 축져지고 난 후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커다른 지구,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전 세계를 위한 일이 결국 ‘나’를 위한 일인 걸 깨닫게 된다.
이는 ‘총,균,쇠(Guns, Germs and Steel)’, ‘문명의 붕괴(Collapse)’, ‘어제까지의 세계(The World Until Yesterday)’로 인간의 역사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본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의 신간, ‘나와 세계’를 통해 제기한 문제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과거의 역사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다. 신간 ‘나와 세계’는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지, 지구의 문제가 어떻게 ‘나’의 문제가 되는지, 세계가 맞닥뜨리게 될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쾌한 분석과 이에 대한 통찰력 있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한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우리 세계가 가까운 미래에 직면하게 될 중요한 문제”로 ‘기후변화, 불평등, 자원의 남용’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가령 심각해지고 있는 국가간 부의 불평등은 질병, 불법 이민, 테러를 불러올 것으로 확신한다. 그는 “국가 간 빈부 차이가 줄어들지 않는 한, 가난한 국가의 시민들은 계속 병에 걸리고, 부유한 국가로 이민할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면서 직접 테러리스트가 되거나 테러리스트가 되려는 사람을 도와줄 것”이라며 “(근본적 문제해결이 아닌 일시적) 해외 원조와 자선 프로그램은 (선진국이) 계속 풍요를 유지하며 편안히 살고 싶은 욕심에 행하는 이기적인 행위”라고 지적한다.
그는 “생태계 서비스가 없다면 우리는 사사건건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자연 자원을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역사를 통해 미래를 통찰하는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20여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오는 5월 11일과 12일 열리는 ‘서울포럼2016’의 기조강연을 위해서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인간을 통찰하는 이 시대 최고의 석학이 한국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어떤 통찰과 혜안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김인경 인턴기자 izzy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